9화.  대결

조회수 13 15세 이상 이용가 등록 2026.08.19
고양이 여인숙

9화. 대결


숨이 막혀 거의 죽어가고 있을 때 은주가 내 목을 짓누르고 있는 놈의 손목을 잡고는 천
천히 떼어내고 있었다. 이윽고 놈의 손이 내 목에서 떨어져나가는 순간 난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서 가쁜 숨을 내쉬다 으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옆의 수풀로 마구 기어갔다. 그
러나 어느새 괴물은 내 코 앞에 바람처럼 다가와 우뚝 서있었다. 은주도 재빨랐다. 나와
괴물 사이를 막아 선 은주에게로 괴물이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병신같은 계집애야!! 이런다고 니가 인간이 될 줄 알아?!!]
[듣기 싫어!!]
은주의 목소리 또한 소름끼치도록 섬뜩했다.
[넌 날 떠날 수가 없어!! 이건 운명이야!! 니가 아무리 거부하려고 해도 받아들여야 하
는 우리들의 운명이라구!!]
[집어치워!! 이젠 지긋지긋해!! 난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개수작 말어!! 넌 영원히 우리의 일부분일 뿐이야!!]
[아냐, 난 아냐!!]
은주의 눈에서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괴물이 조소하며 혀를 재빨리 빼어낸다.
[어딜가든 피냄새가 그리워 다시 이곳을 찾고 말 걸!!]
[아냐, 난 아냐!! 난 아니라구!!]
[어젯밤 니 미친 행동 때문에 모두들 미쳐서 날뛴다구!! 니가 가져다주는 피 몇 봉지로
얼마나 저들을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대체 무슨 소린가? 은주가 무슨 피를 가져다준단 말인가? 은주가 악을 쓰며 괴물의 코
앞으로 바짝 다가간다.
[듣기 싫어!!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어!! 이건 저주 중에서도 너무 끔찍한 저주야!! 그
래!! 차라리 날 죽여!! 오빠, 날 죽여!! 난 더이상 이런 모습이 싫어!! 고작 남의 껍데
기를 빌려쓰곤 인간 행세를 하며 유치한 행복을 느껴야 하는 내가 싫어!! 그래, 모두들
에게 말해!! 날 죽여버리라고 해!!]
은주의 절규에 갑자기 괴물의 태도가 돌변했다. 괴물의 목소리가 처절한 애원조의 목소
리로 변해갔다.
[제발 날 버리지 말어!! 넌 나의 전부야!!]
[오빠, 오빠!! 날 도와줘!! 난 비로소 이 세계를 탈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된 거야!
! 보라구!! 봐! 완벽해!! 인간의 모습이야!!]
[아니야, 이 병신아!! 이건 내가 가진 껍질과 똑 같은 거야!! 다만 껍질일 뿐이라구!!]
그때 은주가 괴물을 바라보며 쓸쓸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니야 오빠의 그 불완전한 껍데기완 달라 . 난 오늘 태양 속에서 하루를 보냈어! 그
환하고 밝은 태양 속에서도 난 타지 않았어!! 난 맑은 태양을 마음껏 마실 수 있었어!
! 저 풀들, 나무들, 심지어 먼지들조차도 태양 아래에선 너무나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어
!! 오빤 알 수가 없겠지 .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살만한 곳인가를 .]
[닥쳐!! 이 망할 것의 암컷아!!]
놈의 일격에 은주가 구석으로 털썩하고 쓰러졌다. 동시에 놈의 분노가 허공으로 마구 번
져나갔다. 놈이 날 휙하고 질투와 절망으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봤다.
[너 때문이야!! 다 네 놈 때문이라구!! 찢어버릴테야!! 크아아아!!]
질투로 눈이 뒤집어진 놈의 손톱이 내 머리통 위로 획하고 날아왔다.
간발의 차이로 뒤로 넘어지는 내 얼굴 위로 머리칼 몇 올이 스르르 떨어지고 있었다. 침
이 꿀꺽 내 목젖을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놈의 갈고리 같은 손이 내 심장의 정면으
로 날아왔다. 동시에 어느새 내 뒤로 다가온 은주의 손이 내 뒷덜미를 잡고 뒤로 확하고
당겼다. 아슬하게 놈의 공격을 벗어난 내 앞으로 다시 은주가 가로 막고 섰다.
자신의 손 안에 내 심장 대신 텅 빈 공기만이 가득하자 놈이 미친듯이 포효했다. 놈이 은
주의 턱을 내리쳤다. 은주의 얼굴이 픽하고 옆으로 돌아갔다.
[정말 죽이기 전에 비켜!!]
은주가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돌리며 입가의 피를 쓰윽 닦는다. 그리고 그녀가 조용히 말
한다.
[제발 이쯤해둬 . 하늘이 두 조각 나도 난 오빠를 사랑하지 않아.]
[그래!! 나도 지쳤어!!]
놈이 은주의 목을 잡고 뒤로 마구 달려가고 있었다. 은주가 휴지조각처럼 성황당 나무 쪽
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의 삐죽히 튀어나온 날카로운 옹이에 은
주의 등짝이 쿵하고 박혔다. 극심한 고통으로 은주가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괴물의 주먹이 바위처럼 은주의 복부를 강타하고 있었다. 은주가 신음소리도 못낸
채 놈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떨어뜨린다. 난 멍하니 지금 내 앞에 펼쳐지는 사건들을
바위처럼 굳어진 얼굴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
괴물의 눈에 눈물이 맺혀갔다.
[마지막으로 묻겠어 . 넌 날 사랑할 거야 .]
은주가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씨익 웃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놈의 귀에 대고 나즈막히
속삭였다.
[엿 먹어라.]
동시에 놈의 손가락 끝에서 털을 헤치고 칼날이 쭉쭉 뻗어나오면서 일제히 은주의 심장
을 향해서 날아갔다.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은주가 조금 더 빠른 듯했다. 은주가 괴물을 밀치는 듯하면서 뒤
의 성황당 나무로 두 발을 뻗으며 그 탄탄한 나무의 받침을 이용해서 공중으로 날아올랐
다.
동시에 은주의 손가락 사이로 괴물의 칼날과 비슷한 번쩍이는 무기들이 튀어나오면서 놈
의 목을 잡는 것이 보였다. 괴물의 손이 은주의 심장을 잡으려다 놓치면서 은주의 앞 가
슴 옷자락이 너덜하게 찢어지는 순간이었다.
은주의 손이 괴물의 목젖을 파고 들어가면서 괴물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구치기 시작
했다.
[크아아아 .]
놈이 괴성을 지르며 회전하는 은주의 머리를 손으로 쾅하고 내리쳤다. 은주가 수풀 속으
로 픽하고 꼬꾸러졌다. 은주는 아마도 죽은 게 아니면 실신을 한 듯했다. 괴물이 미친듯
이 비명을 지르며 은주에게로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풀을 뜯듯이 은주의 머리칼을 움켜진 채 분노와 절망의 일격을 준비하기 위해 손을 높이
쳐들고 있었다.
폴 슈레이더 감독에 의해 두번째로 재탕된 아프리카 고양이의 전설도 꼭 저러했다. 가뭄
이 들면 인간들이 처녀를 고양이에게 재물로 바쳤는데 그후 그들은 근친상간으로만 종족
을 보존할 수 있는 반인반수의 짐승들로 진화되어 왔었다. 그러나 인간을 사랑하게 된 고
양이 여동생을 바라보며 미쳐가는 말콤 맥도웰의 표정도 꼭 저러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괴물이 날 휙 뒤돌아봤다. 어느새 그 놈 뒤로 다가간 나의 손에는 몽
둥이가 들려 있었고 몽둥이가 부러질 정도로 힘껏 내리쳤지만 놈은 끄덕도 없이 날 노려
보는 것이었다.
괴물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신한 은주를 잠시 제쳐두고 놈이 이번에는 내 심장
쪽을 향해 흉측한 입을 날름대고 있었다. 난 부러진 몽둥이로 이번에는 놈의 어깨를 내
리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몽둥이를 잡은 놈은 무슨 비스켓을 부수듯이 몽둥이를 으
스러뜨리며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날 공격하려던 놈이 한순간 비틀거렸다. 놈의 목
에서 피가 너무 많이 흐른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놈이 이내 내 목을 콱 하고 잡
으며 비시시 웃었다. 놈이 무지막한 힘으로 천천히 나를 위로 들어올렸다. 난 놈의 손을
잡고 가볍게 위로 달려올라가며 다리를 버둥거리고 있었다. 내 목을 잡은 채 놈이 다른
한 손으로 내 팔을 잡았다. 팔이 떨어져나가는 극심한 고통과 함께 막연히 놈이 내 팔을
뜯어내려고 하는구나 라고 짐작만 하고 있을 때였다.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가 비호처럼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 그림자는 내 목을 잡은 괴
물의 팔에 이내 들어 붙었다. 져니였다. 괴물이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팔에 붙은 져니를
떼어내려고 내 목을 잡은 손을 풀며 발광을 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내가 져니를 보았을
때 져니의 눈에서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져니는 이놈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게 분명했다. 놈의 팔에 달린 져니가 사냥개 특
유의 민첩함으로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놈의 비명소리가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끔찍하
게 들려왔다. 찌지직거리며 뜯겨져 나간 자리에서 피가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놈이 비틀
거릴 때 져니가 자신의 입에 물린 살점을 옆으로 뱉어내며 다시 놈의 목을 향해 튀어오른
다. 순간 져니가 너무 방심한 것이다.
일격을 당한 놈이 비틀거리는 시늉을 하다 자신의 바로 앞까지 온 져니의 목을 손으로 콱
하고 잡았다. 져니가 켁켁거리며 눈의 흰자위를 드러낸다. 목이 잡힌 져니가 힘을 쓰질
못했다. 동시에 괴물이 피가 쏟구치는 손으로 져니의 머리를 휙하고 긁어내는 것이 보였
다. 낑하는 소리와 함께 져니의 한쪽 귀가 어둠 속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난 무슨 일이든 해야했다. 놈에게로 뛰어올랐다. 놈의 목을 두 팔로 감싸 안고 마구 조르
고 흔들기 시작했다. 순간 악하는 비명이 내 입에서 새어나왔다. 분명히 내 오른 손목이
쩍하고 벌어지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부러진 손목 사이로 허연 뼈가 보이며 피가 쏟구치고 있었다. 난 뒤로 쿵
하고 나가떨어지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때였다. 내 곁을 비틀거리며 지나가는 은주의 모습이 보였다. 가슴을 감싸쥐고 휘청거
리며 다가오는 은주를 괴물이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괴물 앞에 멈춰선 은주의 눈에
서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은주가 천천히 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이었다. 그녀가 울먹이는 입을 열었다.
[그래요 . 오빠 말대로 할께 . 이젠 오빠한테로 돌아갈께 . 그러니 제발 제발 난 약
속을 했단 말이야 . 어떤 일이 있어도 저 사람을 지켜주겠노라고 .]
순간 놈이 미친듯이 분노하며 져니를 구석으로 휙하고 던졌다. 이미 피투성이가 된 져니
는 의식을 잃어가고 있는 게 분명했다.
[크아아아!! . 집어치워!! 다 집어치워!!]
괴물은 찢겨진 사랑 앞에서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그렇게 어둠 속을 달려가고 있었다.
나와 져니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죽어가고 있었다. 난 눈을 껌뻑이며 밤 하늘에 총총히
뜬 별들 만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때 은주가 허겁지겁 내게로 달려왔다. 은주는 다급했
다.
[건석씨!! 건석씨!! 정신차려요!!]
희미해져가는 의식의 한 가운데서 난 중얼거렸다.
[다가오지 마 .]
은주가 자신의 손을 내 이마로 가져왔다.
[말하지 말아요. 빨리 치료를 해야해요!!]
[저리 가!! 이 악마! 은주 . 으흐흐흑 은주를 어떻게 한 거야! 내 불쌍한 은주를 어떻
게 한 거야!]
[은주는 여기 있잖아요 .]
난 발악하며 소리질렀다.
[넌 은주가 아니야!! 넌 악마야!! 은주를 어떻게 한 거야?!!]
호흡이 가빠왔다. 끊어진 동맥에서 흘러나오는 피들과 함께 아련하게 내 의식도 흘러나
가고 있었다.
은주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정신을 한 데 모으고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순간 내 이마 쪽에 닿은 그녀의 손에서 노란 형광빛 같은 것이 번져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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