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여행 1
7개의 검 (The Seven Swords)
6화. <여행 1>
"마이샤? 마이샤? 마이샤!"
마이샤를 세 번이나 외친 사람은 민트였다. 민트는 많이 울었는지 눈가에 눈물자국이 있었다. 마이샤는 눈을
뜨고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어디서 많이 보아왔던 방이었다. 바로 자신의 방이었다. 다른 사람은 어디 갔는지
침대주위에는 민트만이 있었다. 민트는 마이샤가 눈을 뜨자 기쁜지 소리를 질렀다.
"마이샤가, 마이샤가 일어났어요!"
드래곤 피어도 이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었다. 민트의 드래곤 피어를 넘어넘는 소리가 울려퍼지자 밑에서 우
당탕 하는 소리가 나더니 사람들이 올라왔다. 마을의 사람들은 다 모인 것만 같았다. 마이샤는 몰려오는 마을
사람들을 맞이하려 했지만 약간 움직이자 온몸에서 고통이 엄습해 오는 바람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신음만 질
렀다.
"으윽!"
"이런, 아직 일어나면 안 돼. 아직 몸이 온전하지 못 하단다."
마을 의사이신 주그 씨의 말씀이었다. 주그 씨는 그렇게 말하고선 마이샤의 가슴부위의 상처에 약초를 발라
주셨다. 약초가 지나갈 때마다 상처가 따금 거리기는 했지만 워낙 몸의 상처가 아파서 그리 아프진 않았다.
"그나저나 너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리 많이 맞았는데 살아있을 수가 있지?"
"운이지 뭐."
마을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기둥에 기대어 선 가이샤의 모습이 보였다. 가
이샤는 어울리지 않게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있어 왠지 고독해 보이는 모습이기도 했다(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면 말이다). 가이샤는 목소리까지 낮게 깔고는 말했다.
"난 너에게 실망했다. 적어도 너라면 그렇게 구해주지 않아도 될 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낮게 깔려 있어 굉장히 위엄있고 질책하는 말투였다. 예전에는 보지 못 했던 아버지의 태도에 마이
샤는 약간 겁을 집어먹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깨어 버린 것은 대장장이 타이가스 씨였다.
"어? 가이샤 네가 구해주었었나? 내가 알기로는 자이드라 군대가 와서 구해준 것 같은데?"
"......"
가이샤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지만 눈은 타이가스 씨를 째려보고 있었다. 한참 그렇게 째려보고 있더니
가이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체 횡 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마이샤는 가이샤가 내려간 방향을 보며 얼떨결한 표정으로 한동안 바라보았다. 민트의 고함소리(민트의 깨끗
한 이미지를 해치지 않기 위하여 기재하지는 않겠음)에 마이샤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마이샤는 아직
도 얼떨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자이드라 군대라니요?"
마이샤의 말에 마을 의사인 주그가 말했다.
"아, 그거. 그거는 네가......"
"네가 쓰러졌을 때 너에게 몰려있던 몬스터들의 뒤쪽에서 고함소리가 나며......"
주그 씨와 타이가스 씨가 해주신 이야기는 대충 이랬다.
마이샤는 쓰러져서 계속 맞고 있었다. 그때 마이샤들을 때리던 몬스터들의 뒤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끄아아악!"
"쿠엑?"
오크의 괴성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복부에서 튀어나온 것을 바라보고 있는 오크 킹이 내지른 소리
였다. 그는 눈을 부릅뜬 체로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가 죽자 남아있던 오크들은 혼란스러워졌다. 그들은 우왕
좌왕하다가 쓰러진 오크 킹의 뒤로 나타난 자이드라의 군대병사에 의해 다 쓰러졌다.
오크 킹을 찌른 것은 다름아닌 금발의 미남사내였다. 그는 창으로 오크 킹의 몸을 꿰뚫었는데 오크 킹은 보
기에도 굉장히 질겨보이는 것을 입고 있었다. 그때 타이가스 씨는 혼란 중에도 대장장이 특유의 근성이 나타
나 그것을 만져 보았다던데 너무 질겨서 보통 검으로는 베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하셨다. 음, 그게 그렇게 질긴
거였나?
곧 골렘 킹과 트롤 킹도 병사들의 창, 칼에 쓰러졌다. 그에 따라 나머지 골렘이나 트롤도 다 쓰러졌으며 마을
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그렇게 해서야 마이샤를 구해올수 있었다고 한다.
"음, 그러니까 내가 쓰러지고 군대가 와서 나를 구해준 거지?"
"그렇다고 보면 돼."
민트의 말에 마이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저렇게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해."
"뭐?"
"아버지는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저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이상하지."
"그랬구나......"
"이상하게 변해버린 자존심의 병이군."
민트의 말에 주그 씨가 이어서 말했다. 주그 씨의 말대로라면 가이샤는 의학서적에도 나오지 않은 아주 해괴
한 병에 걸린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불쌍한(?)인간이다.
라이샤는 지금 침대에 누워있었다. 속으로는 침착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라이샤의 가슴에서는 무언가가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었다. 라이샤는 갑자기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내가 왜 이러지?'
라이샤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라이샤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옆집 민트네 아주머니가 들어오셨다. 민트 어머니께선
안절부절 못하는 라이샤를 보더니 말씀하셨다.
"아니 왜 그렇게 안절부절 하지요?"
"그게......"
민트 어머니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어머, 나에게 말못할 일이라도 있나요?"
"아니 그건 아니고요......"
"호호, 말하기 싫다면 하지 않아도 돼요."
라이샤는 얼굴을 붉게 붉히고는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민트 어머니는 그런 라이샤를 즐기는 듯 보고는 방밖으로 나갔다.
"휴우......"
문 닫히는 소리가 나자 라이샤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자기가 한숨을 쉬어놓고는 라이샤는 다시 자
신에게 물었다.
'내가 왜 한숨을 쉬지?'
'내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지?'
자기 스스로에게도 물어보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라이샤는 머리가 복잡해지자 침대에 누워 머리를 정
리했다. 라이샤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고 한숨을 쉬게 된 이유가 겨우 나타났다.
'내가 마이샤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
이런 결론을 내린 라이샤는 얼굴이 확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마이샤를 싫어해서 이상한 저주에 걸린 것이
바로 자신이었다. 왜 자신이 저주까지 했던 마이샤를 걱정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라이샤는 나이라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생각해 냈다.
'넌 너무 마이샤를 신경쓰고 있구나.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보지 마렴. 넌 자신도 모르게 마이샤를 의식하고
있는거야. 마이샤는 분명 너의 동생이지만 모든 면이 너를 뛰어넘는 다고 넌 생각하고 있지. 하지만 마이샤는
너에게 검술은 지지 않니? 넌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가 본데 마이샤보다는 네가 검술이 더 뛰어나단다. 네가
마이샤에게 진다고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너의 그 마음이 너무 강력해져서 환상이 보이고 마이샤를 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란다.
아마 네가 환상에서 본 것 중에서는 진실이 아닌 것은 없을 거야. 너무그렇게 마이샤를 신경쓰지 말거라.'
그때 나이라세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이샤가 몬스터들에 둘러싸이고 맞았다.
라이샤가 도우러 갔으나 몬스터들에 의해 튕겨지고 말았고 마이샤가 쓰러졌다고 느꼈던 순간 자이드라 군대가
도착한 것이었다.
마이샤가 쓰러지던 순간 라이샤는 잠시 시간이 멈춘 듯이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마이샤가 쓰러지고 라이샤
가 경악의 표정을 지은 바로 뒤에 몬스터들의 등으로 한 마리의 말이 그 몬스터들의 등을 짓이기며 나타났다.
그 말의 등에는 갑옷으로 온몸을 싼 기사가 한 명 타고 있었다. 그 기사는 굉장히 무서워 보이는 랜스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사는 그것을 솜방망이 흔들 듯이 휘둘렀다.
'굉장한 완력이다......'
라이샤는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그 기사가 들고 있는 랜스는 얼핏봐도 50kg은 나가는 것 같
았다.
라이샤가 놀라고 있을 때 그 기사의 뒤로 여러명의 기사가 똑같은 갑옷을 입고는 몬스터에게 달려들었다. 숫
자는 몬스터가 많았지만 그들은 지휘자를 잃은 상태였고 또 기사들은 두꺼운 갑옷까지 입고있었다. 그리하여
몬스터들은 괴멸되었고 기사가 몬스터를 몰아 살육을 즐기고 있을 때 타이가스 씨가달려나가 마이샤를 둘러메
고 재빨리 주그 씨를 찾았다. 주그 씨는 많은 병사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마이샤를 보자 마이샤를 2층으로 옮
기고 1층은 자신의 수제자들에게 맡긴 뒤 치료에 들어갔다.
라이샤는 마이샤가 누워있던 곳 근처에서 푸른 색 검을 찾을 수 있었다. 그 검은 라이샤가 쥐자 갑자기 울리
기 시작하더니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라이샤는 근처에 쓰러져있던 오크 킹의 망토를 뜯어내어 그 검을 감
싸고는 가지고 왔다. 그냥 쥐면 울리던 것이 천으로 싸자 가만히 있었다. 마치 주인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후...... 신기한 검이야...... 내 검도...... 이런건가......?'
밖으로 나온 가이샤는 화가 나서 나오기는 했는데 밖에는 상처에 쓰러져 있는 사람밖에 없었다. 그 중에는
기사단은 보이지도 않았다.
"한심하군. 아무리 군대가 강하다고 하지만 이 정도의 방어력도 없을 줄이야...... 마을 방어대로는 실격이군."
가이샤는 쓰러져서 신음소리를 내는 병사들을 쳐다보며 자기도 모르게 혓소리를 냈다. 그러자 쓰러져서 신음
을 지르던 병사 한명이 왈(멍멍이가 하는 왈이 아님...).
"왜 혓소리를 내고 그러우? 우리가 한심해 보여서 그러는 거유? 그러는 당신은 싸우기나 하셨슈? 혹시 공중
에서 잔소리나 한 사람 아니우?"
"......"
가이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한쪽에서는 따끔따끔 하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가이샤는 당당하
게 말했다.
"내가 아무리 못 싸운다해도 이 정도보다는 잘 싸우겠다."
"뭐라고유? 이정도 보다 더 잘 싸운다구유? 그럼 한 번 싸워 보자구유."
"아니 상처로 쓰러져 있는 사람이...... 헉!"
가이샤는 상처난 사람이 일어나서 싸울리 없다고 생각해서 한 소리였다. 하지만 가이샤의 생각을 철저히 무
시해버린 그 병사는 당당히 일어나 검을 빼어들었다.
"이봐, 그렇게 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을 텐데......"
"아, 잔소리 말구 검이나 빼어유."
이 병사가 쓰는 사투리는 긴데스 사투리였다. 이 사투리는 긴데스에서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이 사
투리를 쓰는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강하고 검술에 능하기에 이런 사투리를 쓰는 사람과는 싸우지 말라고 자이
드라 군병사의 참고서에도 있을 정도였다(긴데스의 사투리를 쓰는 그가 이 자이드라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정규군이 아니라 단순한 마을 경비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이샤도 병사로 싸워본 적이 있어서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대뜸 검을 빼라고 하자 놀랄 수밖
에 없었다.
"이봐, 자네는 다쳤으니 상처나 볼보고 있게나아아아!"
가이샤는 말의 끝부분을 소리를 높여가며 소리쳤기에 얼핏 듣기에도 공포에 질린 사람의 목소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공포에 질린 목소리의 주인공인 가이샤는 엄청난 속도로 달아나 버렸다.
가이샤가 달아나자 검을 빼들었던 그 병사도 뛰기 시작했다. 상처입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느낄 정도의
속도였다. 가이샤도 빠르기는 했지만 뒤쳐지지 않고 달려오는 그 병사는 더 대단했다.
'이러다가는 내가 잡히겠다!'
가이샤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반면에 그 병사의 속도는 느려지기는커녕 더 빨라졌다.
그 병사가 손을 뻗어 가이샤의 어깨를 손으로 잡으려던 순간 그 병사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우윽!"
그 병사가 쓰러지자 가이샤는 발에 불이라도 붙은 듯이 열심히 달려나갔다.
쓰러진 병사의 위로 둥그스름한 빛이 올라오는 것을 가이샤는 보지 못했다.
6화. <여행 1>
"마이샤? 마이샤? 마이샤!"
마이샤를 세 번이나 외친 사람은 민트였다. 민트는 많이 울었는지 눈가에 눈물자국이 있었다. 마이샤는 눈을
뜨고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어디서 많이 보아왔던 방이었다. 바로 자신의 방이었다. 다른 사람은 어디 갔는지
침대주위에는 민트만이 있었다. 민트는 마이샤가 눈을 뜨자 기쁜지 소리를 질렀다.
"마이샤가, 마이샤가 일어났어요!"
드래곤 피어도 이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었다. 민트의 드래곤 피어를 넘어넘는 소리가 울려퍼지자 밑에서 우
당탕 하는 소리가 나더니 사람들이 올라왔다. 마을의 사람들은 다 모인 것만 같았다. 마이샤는 몰려오는 마을
사람들을 맞이하려 했지만 약간 움직이자 온몸에서 고통이 엄습해 오는 바람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신음만 질
렀다.
"으윽!"
"이런, 아직 일어나면 안 돼. 아직 몸이 온전하지 못 하단다."
마을 의사이신 주그 씨의 말씀이었다. 주그 씨는 그렇게 말하고선 마이샤의 가슴부위의 상처에 약초를 발라
주셨다. 약초가 지나갈 때마다 상처가 따금 거리기는 했지만 워낙 몸의 상처가 아파서 그리 아프진 않았다.
"그나저나 너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리 많이 맞았는데 살아있을 수가 있지?"
"운이지 뭐."
마을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기둥에 기대어 선 가이샤의 모습이 보였다. 가
이샤는 어울리지 않게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있어 왠지 고독해 보이는 모습이기도 했다(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면 말이다). 가이샤는 목소리까지 낮게 깔고는 말했다.
"난 너에게 실망했다. 적어도 너라면 그렇게 구해주지 않아도 될 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낮게 깔려 있어 굉장히 위엄있고 질책하는 말투였다. 예전에는 보지 못 했던 아버지의 태도에 마이
샤는 약간 겁을 집어먹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깨어 버린 것은 대장장이 타이가스 씨였다.
"어? 가이샤 네가 구해주었었나? 내가 알기로는 자이드라 군대가 와서 구해준 것 같은데?"
"......"
가이샤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지만 눈은 타이가스 씨를 째려보고 있었다. 한참 그렇게 째려보고 있더니
가이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체 횡 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마이샤는 가이샤가 내려간 방향을 보며 얼떨결한 표정으로 한동안 바라보았다. 민트의 고함소리(민트의 깨끗
한 이미지를 해치지 않기 위하여 기재하지는 않겠음)에 마이샤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마이샤는 아직
도 얼떨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자이드라 군대라니요?"
마이샤의 말에 마을 의사인 주그가 말했다.
"아, 그거. 그거는 네가......"
"네가 쓰러졌을 때 너에게 몰려있던 몬스터들의 뒤쪽에서 고함소리가 나며......"
주그 씨와 타이가스 씨가 해주신 이야기는 대충 이랬다.
마이샤는 쓰러져서 계속 맞고 있었다. 그때 마이샤들을 때리던 몬스터들의 뒤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끄아아악!"
"쿠엑?"
오크의 괴성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복부에서 튀어나온 것을 바라보고 있는 오크 킹이 내지른 소리
였다. 그는 눈을 부릅뜬 체로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가 죽자 남아있던 오크들은 혼란스러워졌다. 그들은 우왕
좌왕하다가 쓰러진 오크 킹의 뒤로 나타난 자이드라의 군대병사에 의해 다 쓰러졌다.
오크 킹을 찌른 것은 다름아닌 금발의 미남사내였다. 그는 창으로 오크 킹의 몸을 꿰뚫었는데 오크 킹은 보
기에도 굉장히 질겨보이는 것을 입고 있었다. 그때 타이가스 씨는 혼란 중에도 대장장이 특유의 근성이 나타
나 그것을 만져 보았다던데 너무 질겨서 보통 검으로는 베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하셨다. 음, 그게 그렇게 질긴
거였나?
곧 골렘 킹과 트롤 킹도 병사들의 창, 칼에 쓰러졌다. 그에 따라 나머지 골렘이나 트롤도 다 쓰러졌으며 마을
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그렇게 해서야 마이샤를 구해올수 있었다고 한다.
"음, 그러니까 내가 쓰러지고 군대가 와서 나를 구해준 거지?"
"그렇다고 보면 돼."
민트의 말에 마이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저렇게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해."
"뭐?"
"아버지는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저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이상하지."
"그랬구나......"
"이상하게 변해버린 자존심의 병이군."
민트의 말에 주그 씨가 이어서 말했다. 주그 씨의 말대로라면 가이샤는 의학서적에도 나오지 않은 아주 해괴
한 병에 걸린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불쌍한(?)인간이다.
라이샤는 지금 침대에 누워있었다. 속으로는 침착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라이샤의 가슴에서는 무언가가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었다. 라이샤는 갑자기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내가 왜 이러지?'
라이샤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라이샤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옆집 민트네 아주머니가 들어오셨다. 민트 어머니께선
안절부절 못하는 라이샤를 보더니 말씀하셨다.
"아니 왜 그렇게 안절부절 하지요?"
"그게......"
민트 어머니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어머, 나에게 말못할 일이라도 있나요?"
"아니 그건 아니고요......"
"호호, 말하기 싫다면 하지 않아도 돼요."
라이샤는 얼굴을 붉게 붉히고는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민트 어머니는 그런 라이샤를 즐기는 듯 보고는 방밖으로 나갔다.
"휴우......"
문 닫히는 소리가 나자 라이샤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자기가 한숨을 쉬어놓고는 라이샤는 다시 자
신에게 물었다.
'내가 왜 한숨을 쉬지?'
'내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지?'
자기 스스로에게도 물어보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라이샤는 머리가 복잡해지자 침대에 누워 머리를 정
리했다. 라이샤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고 한숨을 쉬게 된 이유가 겨우 나타났다.
'내가 마이샤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
이런 결론을 내린 라이샤는 얼굴이 확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마이샤를 싫어해서 이상한 저주에 걸린 것이
바로 자신이었다. 왜 자신이 저주까지 했던 마이샤를 걱정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라이샤는 나이라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생각해 냈다.
'넌 너무 마이샤를 신경쓰고 있구나.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보지 마렴. 넌 자신도 모르게 마이샤를 의식하고
있는거야. 마이샤는 분명 너의 동생이지만 모든 면이 너를 뛰어넘는 다고 넌 생각하고 있지. 하지만 마이샤는
너에게 검술은 지지 않니? 넌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가 본데 마이샤보다는 네가 검술이 더 뛰어나단다. 네가
마이샤에게 진다고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너의 그 마음이 너무 강력해져서 환상이 보이고 마이샤를 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란다.
아마 네가 환상에서 본 것 중에서는 진실이 아닌 것은 없을 거야. 너무그렇게 마이샤를 신경쓰지 말거라.'
그때 나이라세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이샤가 몬스터들에 둘러싸이고 맞았다.
라이샤가 도우러 갔으나 몬스터들에 의해 튕겨지고 말았고 마이샤가 쓰러졌다고 느꼈던 순간 자이드라 군대가
도착한 것이었다.
마이샤가 쓰러지던 순간 라이샤는 잠시 시간이 멈춘 듯이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마이샤가 쓰러지고 라이샤
가 경악의 표정을 지은 바로 뒤에 몬스터들의 등으로 한 마리의 말이 그 몬스터들의 등을 짓이기며 나타났다.
그 말의 등에는 갑옷으로 온몸을 싼 기사가 한 명 타고 있었다. 그 기사는 굉장히 무서워 보이는 랜스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사는 그것을 솜방망이 흔들 듯이 휘둘렀다.
'굉장한 완력이다......'
라이샤는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그 기사가 들고 있는 랜스는 얼핏봐도 50kg은 나가는 것 같
았다.
라이샤가 놀라고 있을 때 그 기사의 뒤로 여러명의 기사가 똑같은 갑옷을 입고는 몬스터에게 달려들었다. 숫
자는 몬스터가 많았지만 그들은 지휘자를 잃은 상태였고 또 기사들은 두꺼운 갑옷까지 입고있었다. 그리하여
몬스터들은 괴멸되었고 기사가 몬스터를 몰아 살육을 즐기고 있을 때 타이가스 씨가달려나가 마이샤를 둘러메
고 재빨리 주그 씨를 찾았다. 주그 씨는 많은 병사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마이샤를 보자 마이샤를 2층으로 옮
기고 1층은 자신의 수제자들에게 맡긴 뒤 치료에 들어갔다.
라이샤는 마이샤가 누워있던 곳 근처에서 푸른 색 검을 찾을 수 있었다. 그 검은 라이샤가 쥐자 갑자기 울리
기 시작하더니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라이샤는 근처에 쓰러져있던 오크 킹의 망토를 뜯어내어 그 검을 감
싸고는 가지고 왔다. 그냥 쥐면 울리던 것이 천으로 싸자 가만히 있었다. 마치 주인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후...... 신기한 검이야...... 내 검도...... 이런건가......?'
밖으로 나온 가이샤는 화가 나서 나오기는 했는데 밖에는 상처에 쓰러져 있는 사람밖에 없었다. 그 중에는
기사단은 보이지도 않았다.
"한심하군. 아무리 군대가 강하다고 하지만 이 정도의 방어력도 없을 줄이야...... 마을 방어대로는 실격이군."
가이샤는 쓰러져서 신음소리를 내는 병사들을 쳐다보며 자기도 모르게 혓소리를 냈다. 그러자 쓰러져서 신음
을 지르던 병사 한명이 왈(멍멍이가 하는 왈이 아님...).
"왜 혓소리를 내고 그러우? 우리가 한심해 보여서 그러는 거유? 그러는 당신은 싸우기나 하셨슈? 혹시 공중
에서 잔소리나 한 사람 아니우?"
"......"
가이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한쪽에서는 따끔따끔 하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가이샤는 당당하
게 말했다.
"내가 아무리 못 싸운다해도 이 정도보다는 잘 싸우겠다."
"뭐라고유? 이정도 보다 더 잘 싸운다구유? 그럼 한 번 싸워 보자구유."
"아니 상처로 쓰러져 있는 사람이...... 헉!"
가이샤는 상처난 사람이 일어나서 싸울리 없다고 생각해서 한 소리였다. 하지만 가이샤의 생각을 철저히 무
시해버린 그 병사는 당당히 일어나 검을 빼어들었다.
"이봐, 그렇게 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을 텐데......"
"아, 잔소리 말구 검이나 빼어유."
이 병사가 쓰는 사투리는 긴데스 사투리였다. 이 사투리는 긴데스에서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이 사
투리를 쓰는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강하고 검술에 능하기에 이런 사투리를 쓰는 사람과는 싸우지 말라고 자이
드라 군병사의 참고서에도 있을 정도였다(긴데스의 사투리를 쓰는 그가 이 자이드라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정규군이 아니라 단순한 마을 경비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이샤도 병사로 싸워본 적이 있어서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대뜸 검을 빼라고 하자 놀랄 수밖
에 없었다.
"이봐, 자네는 다쳤으니 상처나 볼보고 있게나아아아!"
가이샤는 말의 끝부분을 소리를 높여가며 소리쳤기에 얼핏 듣기에도 공포에 질린 사람의 목소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공포에 질린 목소리의 주인공인 가이샤는 엄청난 속도로 달아나 버렸다.
가이샤가 달아나자 검을 빼들었던 그 병사도 뛰기 시작했다. 상처입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느낄 정도의
속도였다. 가이샤도 빠르기는 했지만 뒤쳐지지 않고 달려오는 그 병사는 더 대단했다.
'이러다가는 내가 잡히겠다!'
가이샤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반면에 그 병사의 속도는 느려지기는커녕 더 빨라졌다.
그 병사가 손을 뻗어 가이샤의 어깨를 손으로 잡으려던 순간 그 병사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우윽!"
그 병사가 쓰러지자 가이샤는 발에 불이라도 붙은 듯이 열심히 달려나갔다.
쓰러진 병사의 위로 둥그스름한 빛이 올라오는 것을 가이샤는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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