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건널 수 없는 강

조회수 8 15세 이상 이용가 등록 2026.09.03
고양이 여인숙

24화. 건널 수 없는 강


* 여기에서는 자세한 사용방법을 설명하지 않겠지만 이 별의 내역에 대해서 짧게나마
언급하는 이유는 요즘 들어 너무도 무지한 채로 이 별이 통용되고 있기에 이 기회
를 빌어 설명함.
* 몬타니스트(Montanist)
카리스마적 이적을 추구하는 수도승들의 모임
* 이 이교도들은 현재에도 실존함
* 유월절
출애굽 12장 3-13절에 의하면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의 포로에서 구출할 때 그들의
신이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발라놓을 것을 명령했고 이 명령을 따라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발라놓은 집은 죽음의 사자가 피해갔던 날을 기념하는 절기
* 지금도 영국의 스톤헨지(Stonhenge) 사원에는 당시의 야만적인 고증을 그대로 보존
해 놓았음
* 실제로 89년 10월 31일 샌프란시스코의 안톤 라베이 사탄 숭배 교인들이 이 만성절
(Halloween) 예식을 답습하다가 법정에 선 사건이 있음
* 그 지점은 피력하지 않겠음


[다윗의 별!!]
영력(靈力)을 부를 때 흔히 동원된다는 육각형의 별 도형이 불에 활활 타고 있었다. 스티
븐은 그새 많은 것을 준비한 것 같았다. 고양이 한 마리가 목만 달랑 꼬챙이에 꽂힌 채
납골당 중앙에 걸려 있었는데 그 고양이의 피들은 분명히 저 섬찟한 그림을 그리는데 기
름과 함께 사용되어진 게 분명했다.
[다윗의 별이 아닙니다 . "삼하인(Sam hain)의 별 이라고 하죠.]
[삼하인의 별 ?]
이글거리는 불꽃의 조명을 얼굴 전면에 받으며 상기된 표정의 최목사가 이 기하학적인 도
형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지금부터 700년이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아일랜드의 한 수도원 원장이었다는 렌즈 콜
린즈로부터 이 도형은 다른 세계와의 조우를 시도하는 명상을 돕는 도구로 처음 채택되어
졌다. 최근 정신세계사에 의해 히란야라는 이름으로 한국까지 침투해 들어온 이 별 도형
은 <다윗의 별>이라는 이스라엘의 국기 칭호로 우리에게 더 친숙할 것이다. <삼하인의
별>이란 진짜 이름에서 <다윗의 별>이라는 친숙한 이름으로 교묘하게 바뀌어져 사람들
사
이에서 횡횡하는 이 모든 악의 집결체는 만약 전통적인 주술 방법으로 제대로 사용된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파워를 발휘하게 된다.
B. C. 1010년 이스라엘의 1대 왕 사울이 죽은 후 춘추전국시대를 치닫던 이스라엘을 마침
내 하나로 합병한 다윗은 자신의 유일신 여호와와 소위 그 유명한 <다윗언약(The David
Covenant)>이라고 불리우는 신과 인간 사이의 결코 허물 수 없는 영원한 언약을 맺는다
. 그 언약의 내용은 다윗 측에서는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하고 영원히 여호와 만을 이스
라엘의 유일신으로 섬기겠다는 맹세였고 여호와 측에선 앞으로 이스라엘 민족이 만약 나
를 버리고 다른 신을 섬길 시에는 비록 채찍은 가하겠지만 결국에는 이스라엘을 모든 세계
의 중심이 되게 할 것이며 마침내 예루살렘에 다윗정부를 계승하는 세계 정부를 건축하겠
다는 언약이었다.
물론 이 예언은 아직 완전히 성취되지 않았지만 다윗언약은 그동안 너무 많은 피와 희생
을 유대인들에게 안겨다 주었다. 바티칸의 세계전쟁사 내막전을 읽어보면 전 유럽을 살육
의 도가니로 몰고갔던 십자군 전쟁이나 히틀러의 유대인 말살 정치 뒤에 도사리고 있는
실제적인 막후는 언제나 바로 이 예루살렘 쟁탈전이었다. 앞으로 세계정부의 중심 진원
지가 될 이 다윗의 성전터를 두고 사실은 오늘도 암암리에 혈투와 전쟁은 치루어지고 있다
고 보면 될 것이다.
다윗은 이 언약에서 자신의 정부가 하늘의 별처럼 영원하라는 뜻에서 국기로 별을 채택
한다. 그리고 그 별의 도형을 사람들은 <다윗의 별>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다윗의 별은 너무도 교묘한 방법으로 변형되어서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다. 심지
어는 낡은 면도날의 재생이니 정신이 심란할 때 다윗의 별을 소유하면 마음이 안정된다는
둥 끝없는 소문이 나돌면서 일반 사람들까지도 친숙하게 그 별을 품에 안게 되었다. 그
러나 지금 세상에 횡횡하는 그 별은 앞으로 다윗의 정부가 세워지기 3년 6개월 전에 잠
시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그곳에다 악마의 세계 정부를 구축할 세계 단일 정부의 완벽한 국
기임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
이 별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는데 다윗이 별 도형을 이스라엘의 상징으로 채택하는 그 순
간부터 즉각적으로 반대세력들도 하나의 마크를 채택했는데 그것은 <뿔 달린 별>이라
는 우리가 흔히 그리는 별의 형상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그리는 방법은 우선 염소 모양
의 뿔이 난 삼각형을 그린다. 그리고 그 아래로 이집트의 다신교에서 유래한 피라미드 모
형의 삼각형을 덧 붙인다. 이 도형은 끝없이 다윗의 별과 충돌하고 절묘하게 공생해왔으
나 A.D. 200년경 몬타니스트(Montanist) 라는 수도승들이 그 <뿔 달린 별>을 정식으로
자신들의 명상의 도구로써 채택하면서 그 도형을 약간 개조하게 된다. 예의 그 염소모
양의 삼각형을 반대로 뒤집고 피라미드 삼각 도형을 위로 올린 일명 <오각형 별>을 도안
하게 된다. 다시 이 <오각형 별>은 A.D.700년경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 출범한 몬타
니스트들의 전통을 계승하는 드루이(Throi) 교도의 창시자 "렌스 콜린즈 에 의해 완벽
하게 다윗의 별로 재도안되게 된다. 그들은 이 별을 <삼하인의 별>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이스라엘의 유월절 을 모방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드루이 교도들은 "케르노스 라는 무한한 힘(Power)의 신을 섬겼는데 매년 10월 31일 이방
인 여자들을 잡아다가 희생제를 드렸다. 그때 드루이 교도들의 처녀 약탈로부터 안전하
길 원하는 자들은 문 앞에 이 삼하인의 별을 그려놓았고 이 별이 그려진 집들은 드루이
교도들이 피해갔다고 한다. 대신 그들은 그 집 문 앞에다 웃는 모습의 호박껍질을 놓고
사라졌다고 한다.
삼하인의 별과 다윗의 별은 육안으로 거의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이나 다만 그리는 데 있
어서 다윗의 별은 선의 연속 연결법을 사용하고 삼하인의 별은 피라밋 모형의 삼각형 두
개를 겹쳐 놓는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그리고 그 별의 둘레에는 세상을 보는 눈이
라는 원 테두리를 둘러야하는데 그 원주의 어느 지점 4군데에 불을 피워 놓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와 만나게 된다.

그 별을 따라서 스티븐은 사지를 벌리고 누워 있었고 그의 손목과 발목에 붙은 불은 이미
그의 살을 태우며 고기 타는 냄새를 일으키고 있었다. 스티븐은 오래 전에 무아지경의
세계로 입문해 들어가 있었고 계속해서 뭐라고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예스 . 물론이지 . 그럼 그 댓가로 .]
내가 다가가서 그의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할 때였다. 최목사가 내 팔을 콱하고 잡는다
.
[지금 깨우면 큰일 납니다!!]
나는 최목사와 스티븐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며 애만 태우고 있었다. 캐서린은 선 자리에
서 딱딱하게 굳은 채 벌린 입을 다물줄을 모른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순간 같이 동행했
던 미스터 박이라는 운전병에게 고함을 지른다.
[미스터 박!! 빨리 본부에 연락해요!! 빨리!! 세상에 .]
미스터 박이라는 남자가 노랗게 변한 얼굴로 허둥지둥 탑차의 운전석으로 올라가고 있었
다. 스티븐의 머리와 양 팔의 겨드랑이 아래 20cm 부분, 그리고 정확하게 사타구니 바로
아래의 원 부분을 따라서 불은 활활 타고 있었다. 스티븐의 얼굴은 이제껏 보아왔던 어
떤 인간들의 기쁨과 환희와 희열에 견줄 수 없을 만큼 상기되어 있었다. 그가 이번에는
크게 소리지른다.
[예스!! 우리의 계약은 체결된 거야!! 우하하하하!!!!]
그의 웃음소리에 우리 일행은 털썩 바닥에 주저 앉을 것만 같았다.
운전석에 올라 앉은 미스터 박이 급히 무전 채널을 본부와 맞추고 있을 떄였다. 어느 순
간 바람이 광분하면서 주위의 눈가루들을 일제히 허공으로 치켜 올리고 있었다.
[여기는 알파 감마 챨리 본부 나오라!! 본부 라져!]
[치직 칙 여기는 본부다 알파 .]
그때였다. 미스터 박이 이상한 느낌에 전방을 바라본다. 전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완벽한 어둠의 세계였다. 그 어둠의 세계에서 분명히 무언가가 천천히 탑차를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스터 박이 무전기를 내려 놓으며 몸을 앞으로 바짝
숙인다. 그리고 손으로 윈도우에 끼인 성애를 박박 문질러 닦아내고 있었다. 순간 미스
터 박이 비명을 지른다. 동시에 나 역시도 이상한 소리에 탑차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어디선가 귀에 익숙한 음악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래 . 어둠 속에서 차가운 밤공기와 함께 실려오는 음습한 저 음악소리는 그렇다, 분
명히 반젤리스의 블레이드 런너의 테마음이 분명했다 . 그렇다면!!
나의 추측을 그대로 적중시키는 거대한 몸집의 버스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그 형체를 드
러내고 있었다. 미스터 박의 비명소리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탑차의 전면 유리가 가루가
되면서 까만 겨울 밤 하늘 속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돌진해오던 버스는 다시 탑
차를 한바퀴 돌리며 납골당 쪽으로 힘차게 달려오고 있었다.
난 숨도 제대로 내쉴 수가 없었다. 내가 터뜨렸던 화염의 잔재가 그대로 얼룩져 있는 창
문들이 눈이 시리도록 흉흉한 몰골을 한 채 어둠 속에서 내 품 안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캐서린은 비틀거리며 최목사의 뒤로 숨기에 바빴고 최목사는 흘러내린 안경 사이로 자
신의 눈 앞에 펼쳐지는 현상들이 꿈인지 생시인지를 가늠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괴물이 위로 튕겨져 올라가면서 뚫고 나간 버스의 천정 부분은 그야말로 생선의 갈라진
등짝처럼 흉물스러웠고 다가온 버스는 마침내 스티븐의 앞에 와서 멈추어 섰다. 더 놀라
운 것은 어느새 악마의 도형에서 일어난 스티븐이 우리를 향해서 하얗게 웃고 있었다.
[우하하!!! 난 마침내 성공한 거야!! 최목사!! 어때?!! 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겠어?!!
저 비욘드 월드로 말야?!!]
내가 최목사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말려야 합니다!! 제발 말려야 합니다!! 스티븐이 저 버스를 타면 다시 참극이 시작됩니
다!!]
그러나 어떻게 그를 말린단 말인가 . 우리 모두가 멍청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을 동안에
이미 스티븐은 버스의 문턱 위로 한 발을 올려놓고 있었다. 그때였다. 타앙하는 굉음과
함께 스티븐의 귀 옆으로 총알 한 방이 날아가서 버스에 불똥을 튀기고 있었다. 스티븐
이 그 총소리가 난 곳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캐서린이 룰렛을 들고 새
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임무 이탈이예요!! 스티븐 .]
스티븐이 차가운 표정으로 캐서린을 바라본다.
[임무 이탈? 모르는군 . 이게 내 임무야!!]
[스티븐 스티븐 이러지 말아요 . 제발 .]
캐서린이 어쩔줄을 몰라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런 캐서린을 향해 스티븐이 고함을 지른
다.
[엿 같은 소리 하지 마!! 밤마다 눈을 감으면 또 다른 내가 나를 찾아와!! 당신같은 여
자가 뭘 안다구 그래!! 그놈은 그놈은 동료들의 살점을 씹고 있는데 내가 그 동안 얼
마나 지독한 공포로 떨어왔는지 알아?!! 난 난 탈출해야돼!! 국가? 충성!! 정말, 정말
엿 같은 소리야!! 그 지옥의 월남전에서 겨우 구출된 나를 두고 좌익이니 우익이니를
따지는 놈들하구 뭔 말을 한단 말야!!]
어느 순간 스티븐이 그의 광분을 거두며 캐서린을 향해서 천천히 미소짓는다.
[이봐 당신도 원하는 거잖아!! 왜 모두들 결정적인 순간에 위선자가 되려는 거야 . 단
순한 계약이라구!! 저 버스를 타기만 하면 돼!! 놀라운 세상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구!!]
[듣지 말아요!! 캐서린!!]
휘청이는 캐서린을 일순간 깨운 건 나의 다그침이었다. 내가 스티븐을 향해 고함을 지른
다.
[스티븐, 당신은 자신도 속이고 있어 . 저 버스를 운전해주는 조건으로 당신은 앞으로
영원히 길잃은 인간들을 굶주린 고양이들에게 제물로 바쳐야 할 거야!!]
[퍽 유!!]
마침내 스티븐이 버스 위로 오르고 있었다. 동시에 타앙하는 총소리와 함께 스티븐의 허
벅지에 구멍이 뚫린다. 휘청하던 스티븐은 날쌔게 버스 위로 오르고 어느새 그는 운전석
에 앉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핸들을 힘차게 돌리고 있었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
다.
[목사님, 뒷일을 부탁합니다!!]
최목사가 여전히 멍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이번에는 내가 캐서린의 손에 든 총을 빼앗
아 든다. 그리고 허겁지겁 오리털 파카를 벗어내며 그녀에게 고함을 지른다.
[캐서린, 약속해줘요!! 코넬 대에 있는 은주를 무사히 돌려보내 주겠다고!!]
캐서린이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빨리 약속해줘요!!]
마침내 캐서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동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향해서 내가 달려간다. 이
지겨운, 이 악몽같은 버스를 다시는 타지 않기를 그토록 바랬는데 .
이미 탑차를 밀어내고 막 길게 뻗은 하얀 비포장 도로를 향해서 질주를 시작하는 버스의
난간을 간신히 잡았다. 스티븐이 낡은 카셋트의 보턴을 최대로 돌린다.
둥둥둥둥둥둥둥둥 .
영혼을 울리는 신디사이저의 베이스 음이 버스 안을 가득히 채우다가 이내 밤 공기 속에
묻혀서 마구 달아난다. 내가 스티븐을 휙 바라보자 스티븐이 반젤리스의 리듬을 따라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밤밤밤밤밤 !!! 빰빰빰!!]
내가 비틀거리며 스티븐에게로 다가가며 고함을 지른다.
[스티븐!! 이러지 마!! 빨리 차를 세워!!]
백미러를 통해서 다가가는 날 바라보던 스티븐이 크게 고함을 지른다.
[왜? 자네만 즐기려구?!! 그렇게는 안돼지!! 암, 안돼구 말구!! 밤밤밤밤밤!!]
마침내 내가 노리쇠를 뒤로 당기고 있었다. 깨어진 전면의 유리창 사이로 차가운 밤바람
이 마구 몰려 들어오고 있었다. 타앙!!하는 소리와 함께 이미 버스는 급커브를 돌고 있었
고 예의 그 탑차를 다시 한 번 버스는 쳐박고 있었다. 탑차의 전면으로 반쯤 튀어나온
채 기절해있던 미스터 박이라는 남자의 팔 한쪽이 우지직거리며 잘려나가고 있었다. 그
의 피가 바람에 날리며 스티븐의 수염에 가서 맺히고 있었다. 내가 휘청거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놈이 깔깔거리며 소리지른다.
[애송이 같은 놈!! 날 쏘겠다구!! 특전대 출신에, SAS에서 교관으로 초빙하려구 해도 안
간 몸인 나를!!]
난 다시 놈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그때 그가 다시 전방을 보며 고함을 지른다.
[제발 이러지 마!! 전방을 보라구!! 우하하하!!]
아, 전방은 예의 그 백사장 마을 초입구의 삼거리였다. 그 삼거리는 온통 연두빛의 광체
로 번쩍거리고 있었다. 바로 지옥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내가 놈을 향해서 방아쇠를 당
기는 순간 다시 놈은 버스를 옆의 즐비한 가로수를 향해서 몰아 갔다. 드드득거리는 소
리와 함께 버스는 앙상한 느릅나무들의 껍질들을 벗겨내며 우당탕 위로 튀어오르곤 했다.
버스의 반동에 의해 내가 총을 놓치며 옆 의자에 가서 쿵하고 부닥친다. 겨우 다시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할 때였다. 저 뒷좌석 아래에서 무엇인가가 또르르 나를 향해서 굴러
오고 있었다. 천천히 그 물체를 바라보던 난 그만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신혜
의 머리였다.
놈이 신나게 버스를 몰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내가 미친 듯이 신혜의 머리를 피해서
뒷걸음치고 있을 때, 그때 다시 엄청난 충격이 버스를 공격하고 있음을 튕겨져 나가는
내 몸체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렸다. 스티븐이 뭐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
다.
[퍽 유!! 이 캐서린 ;년!!]
정말 캐서린이었다. 탑차를 몰고 캐서린이 버스 앞에 끼여든 것이다. 잘려져나간 유리창
을 통해서 캐서린이 입을 악다울고 있었다. 캐서린을 노려보던 스티븐이 후진 기어를 넣
기 시작했다.
[한번 해보잔 말이지!!]
뒤로 밀려났던 버스가 다시 캐서린을 향해서 돌진하기 시작했다. 난 의자의 쇠다리를 두
손으로 움켜 잡았고 쾅하는 소리와 함께 탑차가 길 옆으로 밀려나가고 있었다. 캐서린
의 비명이 밤 하늘에 울러퍼지고 스티븐은 다시 버스를 후진시킨다. 나는 놈에게로 뛰어
올랐다. 그러나 놈은 날 보지도 않고 정확하게 오른쪽 손으로 달려드는 나의 목젖을 콱
하고 잡는다. 내가 숨도 못쉬고 눈을 동그랗게 뜰 때 그가 다시 팔꿈치로 내 멍치를 찌른
다.
난 뒤로 쿵하고 나가 떨어진 채로 헐떡거리며 바닥을 마구 기어다녔다. 다시 버스가 급격
하게 탑차로 다가가서는 탑차를 길 옆으로 밀어낸다. 캐서린의 비명소리와 함께 탑차는
논두렁으로 쳐박히기 일보 전이었다. 내가 고함을 지른다.
[스티븐!! 앞을 봐!!]
스티븐이 전방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비명을 지른다.
[아 안돼!!]
놈과 내가 동시에 길 뒤쪽 성황당 나무 아래의 납골당을 향해서 고개를 돌린다.
최목사가 담벼락에 쌓인 눈들을 퍼와서는 불타는 도형 위에 미친 듯이 덮고 있었다. 이미
삼각형 하나는 불이 다 꺼지고 나머지 하나만이 마지막 심지를 허덕이고 있었다.
동시에 버스의 전면에서 아가리를 벌이고 있던 지옥의 문 역시도 그 빛을 잃어가며 비틀
거리고 있었다. 스티븐은 눈이 뒤집힌 채 흰자위를 번들거리며 악마로 변하고 있었다.
[모두 다 죽여버릴 거야!!]
버스는 다시 거대하게 돌진하며 캐서린이 탄 탑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아스라
한 비명 소리가 들리고 탑차가 길 옆으로 사정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동시에 스티븐은 최
후의 발악을 하는 연두빛의 지옥문을 향해서 버스와 함께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막 지옥문의 입구에 버스의 살갗을 닿으려는 순간 퍽하는 소리와 함께 스티븐의 몸둥아리
가 먼저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물론 스티븐 다음은 나였다. 형체도 없이 사라진 버스의 바깥으로 나의 몸도 아스라히 허
공으로 치솟아 오른 후 다시 눈 쌓인 논두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한없이 깊은 나락으
로 빠져가면서 내 시선 속에 잡힌 버스와 연두빛의 문은 거의 동시에 요술 그림자처럼 사
라지고 만다. 아마도 최목사가 삼하인의 별을 다 지웠나 보다라고 추측하며 난 천천히
의식을 잃어 갔다.
여전히 차가운 겨울바람이 전신에 스며들고 내 뺨에 와닿는 싸느란 논두렁의 촉감들이 멀
어져 가는 의식의 저 끝에서 꼬리를 휘날리고 있었다.

어느새 버스는 내가 운전을 하고 있었다.
반젤리스의 음악과 함께 내가 을씨년스런 그 주홍의 세상 속을 달리고 있었다. 신음하는
사람들이 길 옆으로 즐비하고 내가 마침내 성황당 아래에서 버스를 멈춘다. 스티븐도 보
이질 않고 최목사도, 캐서린도 보이질 않았다. 다만 성황당 나무 아래에서 우두커니 선
채 다가오는 버스를 바라보던 은주가 무척 슬픈 표정을 하고서는 천천히 내게로 움직인다
. 운전석에 앉은 내게 여전히 그녀가 슬픈 눈망울로 입을 연다.
[왜 버스를 말렸나요? 당신은 여전히 절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아마도 용산 기지 내에 있는 군
병원인 듯했다.
[이제 좀 정신이 드나보군요 .]
여전히 사람좋은 인상을 한 최목사가 조용히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두통을 호소하
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떻게 된 거죠?]
[아직 더 누워 있어야 할 겁니다 . 가벼운 뇌진탕이랍니다 .]
[스티븐은요? 캐서린은 ? 얼마나 지났죠?]
최목사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나를 바라본다.
[다행히 캐서린은 찰과상 정도로 끝났고 삼일 전에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스티
븐은 .]
[스티븐은요? .]
[떨어지면서 목뼈가 부러지면서 그 자리에서 즉사했습니다 .]
난 한동안 할 말을 잊고 있었다. 최목사가 다시 조용히 말을 한다.
[참, 오늘 저녁 비행기로 성은주씨가 도착한다는군요 .]
내가 멍한 눈으로 최목사를 바라본다.
[미국으로 돌아간 캐서린이 이건석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힘을 많이 썼나봅니다.]
[몇 시 몇 시 비행기죠 ?]
[특별 수송기로 8시 쯤에 도착할 예정이랍니다 .]
난 얼른 시계를 들여다 봤다. 5시 30분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옷을 줏어입기 시
작했다. 날 말리려던 최목사도 금새 자신의 행동을 철회하며 날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
비뚤어진 인생의 굴곡에서 나는 점점 길들여져 가고 있었다. 산다는 건 그다지도 대단한
것이 못되며 행복 역시도 그렇게 거창한 정의를 필요로 하는 과제물도 아니었다. 다만
시간을 아끼고 싶었다.
이제 언제 숨을 거둘지 모르는 은주의 곁에서 못다한 사랑의 말들을 아낌없이 다 해주고
싶었다. 그후의 문제는 나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은주를 따라서 나 역시도 한줌의 흙이
되든지 아니면 그녀와의 어설픈 추억 몇 조각을 지고지순의 절개라는 잼에 꾹꾹 찍어서
매일매일을 되씹으며 그렇게 살아가든지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였다.

김포공항은 무척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특별기를 기다리는 군인들의 무전기 소리
를 들으며 난 쿵쾅이는 가슴을 진정시키기에 바빴다.
이제 이 모든 것들이 끔이기를 바라는 바보 같은 공상도 하지 않으리라. 그냥 이것이 나
의 인생이고 견디어 나가야만 하는 절실한 삶의 한 순간들임을 똑바로 마주 대하리라 .
마침내 저쪽 하늘 끝에서 회색의 특별기가 가뿐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난 조용
히 웃고 있었다. 은주를 두번째 만나던 극장 앞에서 저 멀리 토끼같은 몸짓으로 깡총거
리며 뛰어오던 그녀를 바라보며 웃던 그 웃음으로 난 조용히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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