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뫼비우스의 지옥
고양이 여인숙
7화. 뫼비우스의 지옥
정말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뫼비우스의 법칙이 종이 상에서
만 가능한 이론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
었다.
길은 정확하게 2시간 간격으로 우리를 제자리에 돌려놓곤 했다. 6시간 전에 버리고 갔던
르망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세번째 나타나는 지친 주인을 쓸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우린 정말 귀신에 홀렸나봐.]
내가 헥헥거리며 은주를 바라봤다. 은주가 하얗게 웃는다.
[재미있지 않아? 이런 길이 있다는 게 .]
[농담할 기분이 아냐, 난 지금 미칠 지경이야.]
정말이지 숨이 턱턱 막혀 왔다. 지옥이 존재해도 이보단 덜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형체도 알 수 없는 지독한 협소증이 날 압축기에 넣고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오후 6시.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그 뜨거운 태양을 가두기 시작했다. 저쪽 섶나무 숲으로부터 실려
나오는 바람의 교태로움이 그나마 망연한 혼동을 추스러주는 듯했다. 말불버섯들이 소담
스레 붙어 있는 비파나무 아래에 근 한 시간 째 드러누워 있는 내 이마 위로 차츰 어둠
이 몰려 오고 있었다. 아울러 연멸(煙滅)해 가는 석양의 옷자락을 잡으려 잡으려 손을 내
밀어도 한 떼의 고추잠자리만이 웅웅거리며 내 눈 위에서 춤을 출 뿐이었다.
왜 이다지도 두려운 것일까? 그리고 이 유연한 피냄새는 어디서 몰려오는 것일까?
[은주야, 우린 여길 탈출해야 해 .]
난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금 나무 아래로 풀썩 드러눕
고 만다. 지독한 갈증과 허기와 절망감이 한데 뒤섞여 무력한 날 비웃으며 그렇게 마구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어느새 어두워진 밤의 기운이 넓은 이불처럼 날 덮고 있었다. 누군가 쩝
쩝거리며 내 얼굴을 핥고 있었다. 난 퍼뜩 눈을 떴다.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나자
내 얼굴을 핥던 그 물체도 뒤로 주춤 물러나고 있었다.
그것은 순진한 눈을 껌뻑이는 커다란 독일산 사냥개였다. 그놈은 잠에서 깬 나를 보고 반
갑다는 듯이 꼬리를 살랑이며 엉덩이를 들썩거리곤 했다. 어떻게 된거야 라고 주위를 두
리번거렸지만 저쪽 무너진 석축 위로 능구렁이 한 마리만이 날렵한 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 이미 완연한 어둠으로 변한 주변은 금새 나를 두려움 속으로 몰고갔다.
[은주, 은주!! 어디 있는 거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은주를 불렀다. 은주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고 불길한 예
감이 또 다시 파도처럼 밀려왔다. 은주를 찾으려고 저쪽 마취목 숲으로 발을 옮기는 순
간 다시금 아련한 현기증이 몰려왔다. 힘이 없어 도저히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
다. 누가 말했던가. 인간의 욕구 중 배고픔의 욕망을 다스릴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는
다고 .
휘청이는 발걸음을 겨우 옮기기 시작했다. 그 독일산 사냥개도 털털거리며 내 뒤를 따라
오고 있었다. 이 개는 대체 여기서 무얼 하는 것일까? 은주는 잠든 날 내버려두고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도 어제 저녁 먹었던 꽃게탕을 제외하곤 텅 빈
배 속에서 보내는 요란한 신호음에 금방 흐트러지곤 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저쪽 어둠 속에서 성황당 나무가 희끗하게 보였다. 혀를
길게 내어빼고 헐떡이며 날 따라오던 독일산 친구는 성황당 나무를 보더니 잠깐 주춤하
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인상을 찡그리며 으르릉거리기 시작했다.
치직 칙 주민 여러 3번 국도로 김기사. 여섯 명 공지 사항 2번 어선을 포
구 쪽에서 옮 작업
확성기를 향해 사냥개는 짓기 시작했다. 난 공포의 마을 내 무의식이 명명한 로 통하는
성황당의 뒷길로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사냥개는 성황당 나무 아래에서 나를 보고 짓
기만 할 뿐 더이상 따라오려고 하질 않았다. 난 힘없이 개로부터 돌아서며 무어라고 중
얼거렸다.
[그래, 나 역시도 너만큼이나 두려워 . 하지만 이레 죽으나 굶주려 죽으나 매일반 아니
냐 .]
대낮의 그 고요함과는 달리 횟집들은 생기를 되찾고 있었다. 특히 길의 끝 포구 쪽에는
꽤 큰 선박 몇 척이 정박해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그물 가득히 고기를 실어 내리고 있었
다.
난 비틀거리며 식당 사이를 지나치고 있었다. 전방의 선착장에서 마을로 들어서는 사람
들 사이로 낯 익은 얼굴 하나가 있었다. 분명 어젯밤 수족관으로 손을 넣고 상어를 잡으
려던 그 사내였는데 날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심상치 않게 번쩍이고 있었다. 아니 그
남자뿐만 아니라 식당으로 드나드는 마을 사람들의 눈빛이 한결같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마치 새벽에 무수히 날 바라보던 그 고양이들의 눈빛과도 같았다. 그래, 이 모든 사람
들이 자정이 지나고 나면 고양이로 변해 내 심장을 노릴지도 모른다. 죽을 땐 죽더라도
배는 채워야 겠다고 생각할 때 그 남자가 내 곁을 쓰윽 지나갔다. 그의 어깨에 둘러맨
출렁이는 그물 사이론 검은 상어 새끼가 버둥거리고 있었다. 너무나 요상한 기운에 다리
가 후들거려왔다.
옆의 아무 식당으로든 뛰어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비린내가 배긴 식탁 위로 털썩 상반
신을 뉘인 채 가쁜 숨을 내쉬었다.
[뭘 드릴까요?]
젊은 주인 여자가 날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원한 물부터 좀 주세요 .]
여자가 내 마음을 읽고는 넓은 스테인레스 그릇에 얼음을 띄운 냉수를 가지고 온다. 미친
듯이 냉수를 들이키고 난 후 살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닦았다. 그런 나를 바라보
던 여자가 주문을 하라는 듯이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밥 밥을 주세요.]
[찌게로 드실래요?]
[뭐든 좋으니 주세요 , 빨리요 .]
여자가 돌아서 가고 난 다시 식탁에 털썩 상반신을 뉘인다.
잠시 후 내 코 앞에 하얀 쌀밥과 김치 그리고 대구탕이 올라왔다.
어떻게 그 신비로운 맛을 표현해야 할까? 아니 아예 맛을 느낄새도 없이 순식간에 삼켜
버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차츰 비어있던 위가 차오면서 불현듯 은주가 생각났
다.
[은주도 배가 고플텐데 .]
그제서야 식욕 앞에서 무참히 나약해지는 내 사랑의 한계를 발견하곤 송구스러워졌다. 새
벽의 악몽 때문에 은주를 냉담하게 대한 것인지, 아니면 아무리 걸어도 그 파랗던 입술에
빨간 루즈를 칠한 듯이 반들거리던 은주의 생경함에 질린 것인지 은주에 대한 사랑이 이
토록 쉽게 변질됨을 느끼곤 콧잔등이 시큰해짐을 참아야 했다. 대체 은주는 어디로 사라
진 것이란 말인가?
그때였다, 길의 초입구로부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소리들의 주인공들이
날 발견하곤 어, 이리로 들어가지 라고 하며 식당 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녀 세 쌍이었는데 그들은 식탁에 앉자마자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아니, 정 사장님. 좋은 차 놔두고 이게 무슨 꼴이예요?]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크게 소리쳤다. 이윽고 정 사장이란 남자가 안경에 맺힌 땀을 닦
아내며 대꾸한다.
[요즘 우리 마누라가 예민해. 차 안의 시트에 긴 머리카락 하나라도 있으면 난리 블루스
를 친다구.]
그때 약간 야윈 여자가 두리번거리며 입을 연다.
[근데 대체 여기가 어디야? 젊은 총각, 여기가 어디유?]
내가 꿈결처럼 그들을 바라보다 뭐라고 대답을 하려고 할 때였다. 불현듯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이들이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다른 교통수단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다! 버스다!! 어젯밤 그 남자들도 버스를 타고 왔다고
했다.
[선생님들, 뭘 타고 오셨습니까?]
다급하게 내가 물었다.
[뭐긴 뭐요? 버스지 아, 지금도 요 앞에 .]
난 번개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식당을 튀어나가려다 다시 돌아서서 허겁지겁 주
머니를 뒤져 지폐가 있는대로 꺼내어 식탁 위에 놓았다.
정말 저멀리 성황당 아래로 희미하게 불을 켠 버스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보였다. 난
뛰기 시작했다. 저 버스를 타야한다. 다리가 사정없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마치 버스는
일부러 날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활짝 열려진 버스의 문은 날 이 지겨운 뫼비우스의 지
옥으로부터 구원해줄 수 있는 마지막 4차원의 문 같았고 그 문은 이제 곧 닫혀질 것만 같
아 난 마구 마구 뛰기 시작했다.
숨을 헐떡이며 버스의 문 앞에 섰다. 그리고 미련도 없이 버스의 계단을 밟으려는 순간
은주의 얼굴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 건석씨, 내 인생에 지금보다 더한 안개가 몰려와도 날 지켜줄 거야? ]
아, 은주 대체 어디로 간 거니?
[타, 타!]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사팔뜨기의 버스 운전사가 날 향해 타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
는 히죽히죽 웃으며 날더러 빨리 타라고 소릴 질렀다. 끝없이 망설이던 난 마침내 아주
슬픈 눈으로 버스 기사를 바라봤다. 운전사가 날 잠시 노려보더니 문을 철컥이며 닫는다
. 그가 갑자기 미친 듯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비켜, 이 자식아!! 넌 이제 마지막 기회를 놓친 거야!! 니 친구가 울면서 부탁하길래
인심 좀 쓸려고 했더니!! 썅놈의 쌔끼!! 영혼을 팔았다고 동정심도 사라진 줄 알았어?!
! 넌 기회를 놓친 거야!! 알아?!! 넌 기회를 놓친 거라구!! 니 친구가 불쌍하다!!]
버스는 어느새 거대한 굉음과 함께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저만치 사라지고 있었다. 도
대체 저 작자가 하는 말들이 무슨 뜻일까? 친구라니? 내게 있어 친구라면 S 하나뿐인데
대체 S가 뭘 부탁했다는 건가? 마치 꿈을 꾸듯이 멍하니 그 버스의 가물거림을 바라보던
난 천천히 돌아섰다.
그때였다. 내가 나왔던 마을 길의 저만치에서 누군가가 우두커니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
다. 식당에서 새어나오는 빛에 의해 희끗이었지만 그것은 분명 은주였다.
아, 은주 . 내 사랑을 시험이라도 하듯이 은주는 버스 앞에서의 갈등하는 날 쭉 지켜본
게 틀림이 없었다. 사랑을 의심했었다면 은주 넌 틀린 거야. 넌 내 인생의 절반이니 어
쩌구하는 햄버거 하품하는 소리 따윈 애당초 어울리지도 않아!!
넌 내게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주는 헤모글로빈 그 자체라구! 알아?!! 난 널 버리지 않아
. 절대루!!
난 다시 마을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7화. 뫼비우스의 지옥
정말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뫼비우스의 법칙이 종이 상에서
만 가능한 이론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
었다.
길은 정확하게 2시간 간격으로 우리를 제자리에 돌려놓곤 했다. 6시간 전에 버리고 갔던
르망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세번째 나타나는 지친 주인을 쓸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우린 정말 귀신에 홀렸나봐.]
내가 헥헥거리며 은주를 바라봤다. 은주가 하얗게 웃는다.
[재미있지 않아? 이런 길이 있다는 게 .]
[농담할 기분이 아냐, 난 지금 미칠 지경이야.]
정말이지 숨이 턱턱 막혀 왔다. 지옥이 존재해도 이보단 덜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형체도 알 수 없는 지독한 협소증이 날 압축기에 넣고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오후 6시.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그 뜨거운 태양을 가두기 시작했다. 저쪽 섶나무 숲으로부터 실려
나오는 바람의 교태로움이 그나마 망연한 혼동을 추스러주는 듯했다. 말불버섯들이 소담
스레 붙어 있는 비파나무 아래에 근 한 시간 째 드러누워 있는 내 이마 위로 차츰 어둠
이 몰려 오고 있었다. 아울러 연멸(煙滅)해 가는 석양의 옷자락을 잡으려 잡으려 손을 내
밀어도 한 떼의 고추잠자리만이 웅웅거리며 내 눈 위에서 춤을 출 뿐이었다.
왜 이다지도 두려운 것일까? 그리고 이 유연한 피냄새는 어디서 몰려오는 것일까?
[은주야, 우린 여길 탈출해야 해 .]
난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금 나무 아래로 풀썩 드러눕
고 만다. 지독한 갈증과 허기와 절망감이 한데 뒤섞여 무력한 날 비웃으며 그렇게 마구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어느새 어두워진 밤의 기운이 넓은 이불처럼 날 덮고 있었다. 누군가 쩝
쩝거리며 내 얼굴을 핥고 있었다. 난 퍼뜩 눈을 떴다.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나자
내 얼굴을 핥던 그 물체도 뒤로 주춤 물러나고 있었다.
그것은 순진한 눈을 껌뻑이는 커다란 독일산 사냥개였다. 그놈은 잠에서 깬 나를 보고 반
갑다는 듯이 꼬리를 살랑이며 엉덩이를 들썩거리곤 했다. 어떻게 된거야 라고 주위를 두
리번거렸지만 저쪽 무너진 석축 위로 능구렁이 한 마리만이 날렵한 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 이미 완연한 어둠으로 변한 주변은 금새 나를 두려움 속으로 몰고갔다.
[은주, 은주!! 어디 있는 거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은주를 불렀다. 은주는 나타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고 불길한 예
감이 또 다시 파도처럼 밀려왔다. 은주를 찾으려고 저쪽 마취목 숲으로 발을 옮기는 순
간 다시금 아련한 현기증이 몰려왔다. 힘이 없어 도저히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
다. 누가 말했던가. 인간의 욕구 중 배고픔의 욕망을 다스릴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는
다고 .
휘청이는 발걸음을 겨우 옮기기 시작했다. 그 독일산 사냥개도 털털거리며 내 뒤를 따라
오고 있었다. 이 개는 대체 여기서 무얼 하는 것일까? 은주는 잠든 날 내버려두고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도 어제 저녁 먹었던 꽃게탕을 제외하곤 텅 빈
배 속에서 보내는 요란한 신호음에 금방 흐트러지곤 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저쪽 어둠 속에서 성황당 나무가 희끗하게 보였다. 혀를
길게 내어빼고 헐떡이며 날 따라오던 독일산 친구는 성황당 나무를 보더니 잠깐 주춤하
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인상을 찡그리며 으르릉거리기 시작했다.
치직 칙 주민 여러 3번 국도로 김기사. 여섯 명 공지 사항 2번 어선을 포
구 쪽에서 옮 작업
확성기를 향해 사냥개는 짓기 시작했다. 난 공포의 마을 내 무의식이 명명한 로 통하는
성황당의 뒷길로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사냥개는 성황당 나무 아래에서 나를 보고 짓
기만 할 뿐 더이상 따라오려고 하질 않았다. 난 힘없이 개로부터 돌아서며 무어라고 중
얼거렸다.
[그래, 나 역시도 너만큼이나 두려워 . 하지만 이레 죽으나 굶주려 죽으나 매일반 아니
냐 .]
대낮의 그 고요함과는 달리 횟집들은 생기를 되찾고 있었다. 특히 길의 끝 포구 쪽에는
꽤 큰 선박 몇 척이 정박해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그물 가득히 고기를 실어 내리고 있었
다.
난 비틀거리며 식당 사이를 지나치고 있었다. 전방의 선착장에서 마을로 들어서는 사람
들 사이로 낯 익은 얼굴 하나가 있었다. 분명 어젯밤 수족관으로 손을 넣고 상어를 잡으
려던 그 사내였는데 날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심상치 않게 번쩍이고 있었다. 아니 그
남자뿐만 아니라 식당으로 드나드는 마을 사람들의 눈빛이 한결같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마치 새벽에 무수히 날 바라보던 그 고양이들의 눈빛과도 같았다. 그래, 이 모든 사람
들이 자정이 지나고 나면 고양이로 변해 내 심장을 노릴지도 모른다. 죽을 땐 죽더라도
배는 채워야 겠다고 생각할 때 그 남자가 내 곁을 쓰윽 지나갔다. 그의 어깨에 둘러맨
출렁이는 그물 사이론 검은 상어 새끼가 버둥거리고 있었다. 너무나 요상한 기운에 다리
가 후들거려왔다.
옆의 아무 식당으로든 뛰어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비린내가 배긴 식탁 위로 털썩 상반
신을 뉘인 채 가쁜 숨을 내쉬었다.
[뭘 드릴까요?]
젊은 주인 여자가 날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원한 물부터 좀 주세요 .]
여자가 내 마음을 읽고는 넓은 스테인레스 그릇에 얼음을 띄운 냉수를 가지고 온다. 미친
듯이 냉수를 들이키고 난 후 살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닦았다. 그런 나를 바라보
던 여자가 주문을 하라는 듯이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밥 밥을 주세요.]
[찌게로 드실래요?]
[뭐든 좋으니 주세요 , 빨리요 .]
여자가 돌아서 가고 난 다시 식탁에 털썩 상반신을 뉘인다.
잠시 후 내 코 앞에 하얀 쌀밥과 김치 그리고 대구탕이 올라왔다.
어떻게 그 신비로운 맛을 표현해야 할까? 아니 아예 맛을 느낄새도 없이 순식간에 삼켜
버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차츰 비어있던 위가 차오면서 불현듯 은주가 생각났
다.
[은주도 배가 고플텐데 .]
그제서야 식욕 앞에서 무참히 나약해지는 내 사랑의 한계를 발견하곤 송구스러워졌다. 새
벽의 악몽 때문에 은주를 냉담하게 대한 것인지, 아니면 아무리 걸어도 그 파랗던 입술에
빨간 루즈를 칠한 듯이 반들거리던 은주의 생경함에 질린 것인지 은주에 대한 사랑이 이
토록 쉽게 변질됨을 느끼곤 콧잔등이 시큰해짐을 참아야 했다. 대체 은주는 어디로 사라
진 것이란 말인가?
그때였다, 길의 초입구로부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소리들의 주인공들이
날 발견하곤 어, 이리로 들어가지 라고 하며 식당 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녀 세 쌍이었는데 그들은 식탁에 앉자마자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아니, 정 사장님. 좋은 차 놔두고 이게 무슨 꼴이예요?]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크게 소리쳤다. 이윽고 정 사장이란 남자가 안경에 맺힌 땀을 닦
아내며 대꾸한다.
[요즘 우리 마누라가 예민해. 차 안의 시트에 긴 머리카락 하나라도 있으면 난리 블루스
를 친다구.]
그때 약간 야윈 여자가 두리번거리며 입을 연다.
[근데 대체 여기가 어디야? 젊은 총각, 여기가 어디유?]
내가 꿈결처럼 그들을 바라보다 뭐라고 대답을 하려고 할 때였다. 불현듯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이들이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다른 교통수단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다! 버스다!! 어젯밤 그 남자들도 버스를 타고 왔다고
했다.
[선생님들, 뭘 타고 오셨습니까?]
다급하게 내가 물었다.
[뭐긴 뭐요? 버스지 아, 지금도 요 앞에 .]
난 번개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식당을 튀어나가려다 다시 돌아서서 허겁지겁 주
머니를 뒤져 지폐가 있는대로 꺼내어 식탁 위에 놓았다.
정말 저멀리 성황당 아래로 희미하게 불을 켠 버스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보였다. 난
뛰기 시작했다. 저 버스를 타야한다. 다리가 사정없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마치 버스는
일부러 날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활짝 열려진 버스의 문은 날 이 지겨운 뫼비우스의 지
옥으로부터 구원해줄 수 있는 마지막 4차원의 문 같았고 그 문은 이제 곧 닫혀질 것만 같
아 난 마구 마구 뛰기 시작했다.
숨을 헐떡이며 버스의 문 앞에 섰다. 그리고 미련도 없이 버스의 계단을 밟으려는 순간
은주의 얼굴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 건석씨, 내 인생에 지금보다 더한 안개가 몰려와도 날 지켜줄 거야? ]
아, 은주 대체 어디로 간 거니?
[타, 타!]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사팔뜨기의 버스 운전사가 날 향해 타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
는 히죽히죽 웃으며 날더러 빨리 타라고 소릴 질렀다. 끝없이 망설이던 난 마침내 아주
슬픈 눈으로 버스 기사를 바라봤다. 운전사가 날 잠시 노려보더니 문을 철컥이며 닫는다
. 그가 갑자기 미친 듯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비켜, 이 자식아!! 넌 이제 마지막 기회를 놓친 거야!! 니 친구가 울면서 부탁하길래
인심 좀 쓸려고 했더니!! 썅놈의 쌔끼!! 영혼을 팔았다고 동정심도 사라진 줄 알았어?!
! 넌 기회를 놓친 거야!! 알아?!! 넌 기회를 놓친 거라구!! 니 친구가 불쌍하다!!]
버스는 어느새 거대한 굉음과 함께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저만치 사라지고 있었다. 도
대체 저 작자가 하는 말들이 무슨 뜻일까? 친구라니? 내게 있어 친구라면 S 하나뿐인데
대체 S가 뭘 부탁했다는 건가? 마치 꿈을 꾸듯이 멍하니 그 버스의 가물거림을 바라보던
난 천천히 돌아섰다.
그때였다. 내가 나왔던 마을 길의 저만치에서 누군가가 우두커니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
다. 식당에서 새어나오는 빛에 의해 희끗이었지만 그것은 분명 은주였다.
아, 은주 . 내 사랑을 시험이라도 하듯이 은주는 버스 앞에서의 갈등하는 날 쭉 지켜본
게 틀림이 없었다. 사랑을 의심했었다면 은주 넌 틀린 거야. 넌 내 인생의 절반이니 어
쩌구하는 햄버거 하품하는 소리 따윈 애당초 어울리지도 않아!!
넌 내게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주는 헤모글로빈 그 자체라구! 알아?!! 난 널 버리지 않아
. 절대루!!
난 다시 마을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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