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우상이 무너진 밤
Pride
5화. 우상이 무너진 밤
"뭐야, 그게- 이제 질릴 때도 되지 않았어?"
"하지만 사실이잖냐."
"인사 안 해?"
수민이가 재촉하길래 꾸벅 고개를 숙여주었다.
"오늘도 붙어있네? 수민이가 네 보모냐?"
뭐?
흐응-
해보겠다 이거냐?
발끈한 느낌에 한마디 쏘아 주려했더니 그새 수민이가 손을 잡아 저지했다.
수민이 때문에 참는다..
"수민아 가자, 저녁 안 먹었지?"
"수민이는 저랑 약속있는 데요."
"진영아 어차피 우리도 저녁먹을 거였잖아. 같이 가자. 같이"
그 녀석이 뭐라고 하려는 찰라 수민이가 끼어들었다.
어쩔 수 없이 셋은 같이 저녁을 먹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놈이 수민이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거의 끌다시피 하고 가려는걸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수민이의 왼쪽 팔을 품에 꼭 품었다.
"저기, 안갈거야?"
곤란한 듯 수민이가 주저주저 우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러면 갈 수가 없잖아."
"괜찮아. 가자"
내가 먼저 선수를 치고 수민이를 끌고 가니 놈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따라왔다.
"아, 잠깐 나 전화기 두고 왔어. 먼저들 가서 기다려"
그 녀석은 수민이가 사라지는 걸 보더니 담배를 꺼내서 꼬나물고 날 노려보았다.
"안 바빠? 원래 너같이 막 뜰 때는 밥먹을 시간도 없이 바쁜건데 말이야. 너 생각보다 별로 못나가나 보다?"
"설마요. 워낙 출중하다보니, 시간낭비를 안 하는 것뿐이죠. 밥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건 능력없는 인간들이나 하는 패턴이죠."
"아하? 그러셔? 좋겠네? 능력 많아서. 남들이 인정하는 능력이냐가 문제겠지만."
"남들한테 인정받으려고 하는거 아닙니다. 이승현씨는 고작 그런것 때문에 이일 하세요?"
"고작 그런거? 그렇다는 건 넌 아직 프로 연기자는 아니라는 이야기냐? 어차피 스타란 인기를 먹고사는 거야. 자기 만족만을 위해서 연기를 하는 건 아마추어에 불과해."
"그럼 본인은 그렇게 대단하신가보죠?"
"나? 당연하지. 난 프로야. 그리고 내 연기는 일류지."
이거....강적이다.
나를 능가하는 저 뻔뻔함이라니.....
"일류? 당신이? 그럼 내기하죠. 이번 선흥극단에서 새로 기획하고 있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 배역들을 공개오디션하고 있는 거 알고있겠죠? 함께 응모해서 거기서 한번 대결해보죠"
"호오- 도전이냐?"
"뭐, 자신없으면 말고요."
"자신? 너야말로 도망갈 생각이라면 지금 포기하지그래? 나중에 져서 분하다고 울지나 말고"
"누가 울고 웃는지는 두고봐야 알겠죠. 안그래요?"
"그래, 네 그 도전정신은 높이 사지. 접수했다 그 도전장. 그런데 말이야 너 죽도록 연습해야 할껄?"
"아직도 안가고 여기서 뭐하는 거야?"
다시 한마디 쏘아주려했지만 수민이가 오는 바람에 우리의 대화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저 인간도 천성이 나처럼 오만한가 보군.
"수민아."
"응?"
"너도 응모해.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영문도 모른 채 수민이는 우리 둘에 의해 오디션에 응모하게 되었다.
내가 장담하지만 수민이는 알료사 역에 절대적으로 어울려.
그러면 앞으로 나와 수민이는 함께 연극을 하게되는 거지
그리고 저 뻔뻔한 녀석은 절대 어울리는 역따위 없으니 방해꾼 같은것도 사라지겠군.
하지만....
몰랐다.
완전 계산착오였다.
저 뻔뻔한 녀석이 저렇게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을 줄은........
"흐응. 붙었구나? 뭐, 신인치고는 아주 대단한 성과네?"
"하, 저야말로 놀랬습니다. 별로 이렇게 개성있는 역에는 안맞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너 모르는구나. 내가 또 한 개성해."
"개성도 개성나름이겠죠."
"그런데 너야말로 의외다. 그런 외모로 이렇게 냉철한 이반역에 안어울리거든."
"자신한테 안어울리는 걸 해내는게 진짜 연기죠. 안그래요? 선배님은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역만 해보셨나봐요?"
"또 시작이야? 안 돌아가?"
녀석이 뭐라 대꾸하려는 찰나 수민이가 와서 말렸다.
헹, 이번에는 내 승리다.
형......
형이 집에 와있었다.
"어머니랑 아버지 전주에 내려가셨다길래, 너 혼자 있을거 같아서 왔어."
"..............."
"계속 그러고 서 있을 거야?"
그대로 바닥에 툭 주저앉았다.
형을 쳐다볼 수가 없다.....
"수민아 날 봐"
"................."
"나 안 볼거냐?"
주저하며 눈을 들었을 때 형은 지긋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한테 화났지?"
"................"
"수민아"
"형...한테 화난거 아니야....."
내가 형한테 화낼 리가 없잖아...
"형한테 화낼 일이 아니잖아. 문제는....그 녀석인데."
그래. 그 녀석 탓이야.
친한 친구인척 여태까지 잘도 우리를 속이면서.....
전부, 모두, 다 그 녀석 때문이라고.
"넌 날 어떤 인간이라고 생각하니?"
"...........무슨 뜻이야."
"넌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형은....
형은 내 우상이었어...
"넌 날 몰라. 내가 정말 어떤 인간인지......."
그 말에 반발심이 일어 고개를 들어 반문하려는 순간 눈을 가려왔다. 무언가....
그리고....
이건....뭐지?
따뜻한 것이 입가를 덮어왔다. 그리고 밀려들어오는 혀.
천천히, 입안을 돌아다니며 나를 빨아들였다.
살며시 밀려 넘어지고 그 긴 손가락은 어느새 남방을 풀어헤치고 서서히 들어왔다.
차가운 그것이 살을 스치고 지나치고, 오랫동안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정지된 그 순간에 일어났다.
진공상태였다.
공기의 흐름조차 느낄수 없을 정도로 내 두뇌는 완전한 진공상태였다.
"이런 건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니야."
형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이마에 입을 맞춰왔다.
"한수민, 네 형이라는 사람은 원래 이런 인간이야. 넌 내가 얼마나 비뚤어지게 살았는지 상상도 못할 거야."
아니야.
"세상은 더럽고 비열한 것들로 가득 차 있어. 난 그런 세상에서 살아왔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똑같은 방법으로 올라섰다. 이런 것쯤 내게는 아무 것도 아니야. 네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널 안을 수도 있어."
아니야....아니야.....형.....그럴 리가 없어.
"넌 너무 세상을 몰라. 세상이 모두 너처럼 단순하고 긍정적이면 얼마나 좋을까."
"원래는...........아니잖아. 원래 형은...."
"네가 어떻게 알겠니. 열등감과 질투심에 시달리는 인간이 얼마나 왜곡된 사고를 사고 얼마나 비뚤어질 수 있는지....난 어려서부터 그랬어."
"................"
"아무도 내 그런 면을 알지 못해. 그리고 그런 면을 알면서까지 날 받아주고 사랑해주지 못했어. 윤서를 제외하고는-"
"넌 날 좋아했지. 어려서부터 잘 따르고 어떻게든 다가오려고 하고. 내가 아무리 밀쳐내도 넌 계속 쫓아왔었어. 그런 네가 싫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내 겉모습만으로 넌 날 우상화했지."
"..............."
"속으로는 미치도록 널 질투했었는데 말이야."
아니야.....형....제발 그렇게 말하지마....
"안아줄까?"
귀를 막아버리고 싶었다.
아무 것도 듣지 못한 거다 난.......
하지만 형의 손은 어느새 내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고 있었다.
굳어 버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목덜미로 내려온 형의 입술에 의해 다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 이-러지마."
밀어내려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형의 손이 남방을 집어 올리면서 바지 속으로 들어왔다.
"내가 싫어? 넌 날 좋아했잖아."
"그게 아니야. 난- 그게 아니라-"
"넌 모르겠지만 네가 그렇게 나를 아무런 의심 없이 따르고 쫓아 올 때마다, 가끔 울리고 싶어져."
다시 눈물이 흘렀다.
말도 안돼. 형이...형이...나를 그런 식으로까지....
혀가 가슴께에서 느껴지고 차가운 손은 가볍게 중심을 움켜쥔 채 놓아주지 않았다.
"그만해 형. 제발-"
눈물이.....
형의 혀가 눈물을 닦아 내고 있었다.
"오래 전에 네 그런 눈이 부담스럽고 싫었는데......이제는 너에게 경멸 받는니, 예전처럼 네가 날 그렇게 마냥 좋아해주는게 그게 더 좋아. 너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
"형 제발-"
귓가에서 속삭이던 입은 어느새 귀를 깨물고....
"싫어하지마. 차라리 나랑 똑같이 더러워지자. 그럼 날 이해하겠지. 안 그래?"
혀가 밀려들어왔다.
"거기까지다 수인아-"
혀의 움직임이 멈췄다.
안도하고 있는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윤서형이었다.
"너무 한 거 아니야? 화난걸 꼭 이런 식으로 풀어야겠어?"
서서히 형은 몸을 일으켜 윤서형을 쳐다보았다.
"형제 일에 끼어든 네가 나빠"
"................"
윤서형을 바라볼 때 표정도 말투도 이제까지 상상도 할 수 없이 싸늘해져있었다.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굴 필요 없잖아. 내가 얼마나 더 사과를 해야하니?"
"사과 따위로 돌이킬 수 있는게 아니지 아마?"
"그럼 어떻게 할까? 무릎 끓고 빌어야돼?"
"넌, 언제나 그런 식이야. 내 일에 대해서는 앞 뒤 가리지 않고 일을 저질러. 네가 한 짓이 얼마나 상대방에게 잔인한 일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지? 혜란이 일도 그렇고 영주 일도. 기본적으로 넌 나나 다른 사람의 기분 같은거 생각하지 않아. 언제나 너 자신만을 위주로 생각하고 움직여."
"수인아-"
"이번엔 정말로 경고한다. 두 번 다시 수민이한테 그따위로 굴지마. 두 번다시 내 주변 사람들을 상처 입히지마."
"..............."
"더 솔직히 말할까? 네가 말했듯이 천성적으로 난 바람둥이야. 하지만 친동생을 그냥 간단히 흥미위주로 손댈 리가 없잖아? 내가 적어도 수민이에게 손댄다면 그건 정말로 진심이야. 다시 말하면, 네가 또다시 그따위로 굴면 난-"
"알겠어. 알겠다고. 절대, 다시는 그러지 않겠어. 절대로-"
"............사과해....수민이 한테"
윤서형은 한참을 입을 꾹 다문 채 침묵하고 있었다.
자존심이 상했으리라......
"......미안하다. 수민아. 네가 그렇게 흥분해서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어. 많이 놀라고 충격받았을 텐데, 진심으로 사과할께"
한참만에 윤서형은 굳게 결심한 듯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형은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아쉬운 듯이 손을 거둬갔다.
그때까지 형은 손으로 날 붙들고 있었다....
윤서형을 먼저 보내고 형은 그저 혼이 빠져있는 내 곁에 남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있었다.
"날 미워해도 좋아. 하지만 이게 내가 살아온 모습이고, 크게 별다르지 않을 거야. 네가 영영 모르기를 바랬어.........나 상당히 널 소중하게 생각했나봐."
형은.....웃고 있었다.
슬픈 눈으로.
한번도 본적 없는...
"하지만....변명하고 싶지 않다. 뭐가 됐든 내가 선택한 인생이니까."
5화. 우상이 무너진 밤
"뭐야, 그게- 이제 질릴 때도 되지 않았어?"
"하지만 사실이잖냐."
"인사 안 해?"
수민이가 재촉하길래 꾸벅 고개를 숙여주었다.
"오늘도 붙어있네? 수민이가 네 보모냐?"
뭐?
흐응-
해보겠다 이거냐?
발끈한 느낌에 한마디 쏘아 주려했더니 그새 수민이가 손을 잡아 저지했다.
수민이 때문에 참는다..
"수민아 가자, 저녁 안 먹었지?"
"수민이는 저랑 약속있는 데요."
"진영아 어차피 우리도 저녁먹을 거였잖아. 같이 가자. 같이"
그 녀석이 뭐라고 하려는 찰라 수민이가 끼어들었다.
어쩔 수 없이 셋은 같이 저녁을 먹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놈이 수민이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거의 끌다시피 하고 가려는걸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수민이의 왼쪽 팔을 품에 꼭 품었다.
"저기, 안갈거야?"
곤란한 듯 수민이가 주저주저 우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러면 갈 수가 없잖아."
"괜찮아. 가자"
내가 먼저 선수를 치고 수민이를 끌고 가니 놈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따라왔다.
"아, 잠깐 나 전화기 두고 왔어. 먼저들 가서 기다려"
그 녀석은 수민이가 사라지는 걸 보더니 담배를 꺼내서 꼬나물고 날 노려보았다.
"안 바빠? 원래 너같이 막 뜰 때는 밥먹을 시간도 없이 바쁜건데 말이야. 너 생각보다 별로 못나가나 보다?"
"설마요. 워낙 출중하다보니, 시간낭비를 안 하는 것뿐이죠. 밥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건 능력없는 인간들이나 하는 패턴이죠."
"아하? 그러셔? 좋겠네? 능력 많아서. 남들이 인정하는 능력이냐가 문제겠지만."
"남들한테 인정받으려고 하는거 아닙니다. 이승현씨는 고작 그런것 때문에 이일 하세요?"
"고작 그런거? 그렇다는 건 넌 아직 프로 연기자는 아니라는 이야기냐? 어차피 스타란 인기를 먹고사는 거야. 자기 만족만을 위해서 연기를 하는 건 아마추어에 불과해."
"그럼 본인은 그렇게 대단하신가보죠?"
"나? 당연하지. 난 프로야. 그리고 내 연기는 일류지."
이거....강적이다.
나를 능가하는 저 뻔뻔함이라니.....
"일류? 당신이? 그럼 내기하죠. 이번 선흥극단에서 새로 기획하고 있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 배역들을 공개오디션하고 있는 거 알고있겠죠? 함께 응모해서 거기서 한번 대결해보죠"
"호오- 도전이냐?"
"뭐, 자신없으면 말고요."
"자신? 너야말로 도망갈 생각이라면 지금 포기하지그래? 나중에 져서 분하다고 울지나 말고"
"누가 울고 웃는지는 두고봐야 알겠죠. 안그래요?"
"그래, 네 그 도전정신은 높이 사지. 접수했다 그 도전장. 그런데 말이야 너 죽도록 연습해야 할껄?"
"아직도 안가고 여기서 뭐하는 거야?"
다시 한마디 쏘아주려했지만 수민이가 오는 바람에 우리의 대화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저 인간도 천성이 나처럼 오만한가 보군.
"수민아."
"응?"
"너도 응모해.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영문도 모른 채 수민이는 우리 둘에 의해 오디션에 응모하게 되었다.
내가 장담하지만 수민이는 알료사 역에 절대적으로 어울려.
그러면 앞으로 나와 수민이는 함께 연극을 하게되는 거지
그리고 저 뻔뻔한 녀석은 절대 어울리는 역따위 없으니 방해꾼 같은것도 사라지겠군.
하지만....
몰랐다.
완전 계산착오였다.
저 뻔뻔한 녀석이 저렇게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을 줄은........
"흐응. 붙었구나? 뭐, 신인치고는 아주 대단한 성과네?"
"하, 저야말로 놀랬습니다. 별로 이렇게 개성있는 역에는 안맞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너 모르는구나. 내가 또 한 개성해."
"개성도 개성나름이겠죠."
"그런데 너야말로 의외다. 그런 외모로 이렇게 냉철한 이반역에 안어울리거든."
"자신한테 안어울리는 걸 해내는게 진짜 연기죠. 안그래요? 선배님은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역만 해보셨나봐요?"
"또 시작이야? 안 돌아가?"
녀석이 뭐라 대꾸하려는 찰나 수민이가 와서 말렸다.
헹, 이번에는 내 승리다.
형......
형이 집에 와있었다.
"어머니랑 아버지 전주에 내려가셨다길래, 너 혼자 있을거 같아서 왔어."
"..............."
"계속 그러고 서 있을 거야?"
그대로 바닥에 툭 주저앉았다.
형을 쳐다볼 수가 없다.....
"수민아 날 봐"
"................."
"나 안 볼거냐?"
주저하며 눈을 들었을 때 형은 지긋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한테 화났지?"
"................"
"수민아"
"형...한테 화난거 아니야....."
내가 형한테 화낼 리가 없잖아...
"형한테 화낼 일이 아니잖아. 문제는....그 녀석인데."
그래. 그 녀석 탓이야.
친한 친구인척 여태까지 잘도 우리를 속이면서.....
전부, 모두, 다 그 녀석 때문이라고.
"넌 날 어떤 인간이라고 생각하니?"
"...........무슨 뜻이야."
"넌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형은....
형은 내 우상이었어...
"넌 날 몰라. 내가 정말 어떤 인간인지......."
그 말에 반발심이 일어 고개를 들어 반문하려는 순간 눈을 가려왔다. 무언가....
그리고....
이건....뭐지?
따뜻한 것이 입가를 덮어왔다. 그리고 밀려들어오는 혀.
천천히, 입안을 돌아다니며 나를 빨아들였다.
살며시 밀려 넘어지고 그 긴 손가락은 어느새 남방을 풀어헤치고 서서히 들어왔다.
차가운 그것이 살을 스치고 지나치고, 오랫동안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정지된 그 순간에 일어났다.
진공상태였다.
공기의 흐름조차 느낄수 없을 정도로 내 두뇌는 완전한 진공상태였다.
"이런 건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니야."
형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이마에 입을 맞춰왔다.
"한수민, 네 형이라는 사람은 원래 이런 인간이야. 넌 내가 얼마나 비뚤어지게 살았는지 상상도 못할 거야."
아니야.
"세상은 더럽고 비열한 것들로 가득 차 있어. 난 그런 세상에서 살아왔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똑같은 방법으로 올라섰다. 이런 것쯤 내게는 아무 것도 아니야. 네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널 안을 수도 있어."
아니야....아니야.....형.....그럴 리가 없어.
"넌 너무 세상을 몰라. 세상이 모두 너처럼 단순하고 긍정적이면 얼마나 좋을까."
"원래는...........아니잖아. 원래 형은...."
"네가 어떻게 알겠니. 열등감과 질투심에 시달리는 인간이 얼마나 왜곡된 사고를 사고 얼마나 비뚤어질 수 있는지....난 어려서부터 그랬어."
"................"
"아무도 내 그런 면을 알지 못해. 그리고 그런 면을 알면서까지 날 받아주고 사랑해주지 못했어. 윤서를 제외하고는-"
"넌 날 좋아했지. 어려서부터 잘 따르고 어떻게든 다가오려고 하고. 내가 아무리 밀쳐내도 넌 계속 쫓아왔었어. 그런 네가 싫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내 겉모습만으로 넌 날 우상화했지."
"..............."
"속으로는 미치도록 널 질투했었는데 말이야."
아니야.....형....제발 그렇게 말하지마....
"안아줄까?"
귀를 막아버리고 싶었다.
아무 것도 듣지 못한 거다 난.......
하지만 형의 손은 어느새 내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고 있었다.
굳어 버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목덜미로 내려온 형의 입술에 의해 다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 이-러지마."
밀어내려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형의 손이 남방을 집어 올리면서 바지 속으로 들어왔다.
"내가 싫어? 넌 날 좋아했잖아."
"그게 아니야. 난- 그게 아니라-"
"넌 모르겠지만 네가 그렇게 나를 아무런 의심 없이 따르고 쫓아 올 때마다, 가끔 울리고 싶어져."
다시 눈물이 흘렀다.
말도 안돼. 형이...형이...나를 그런 식으로까지....
혀가 가슴께에서 느껴지고 차가운 손은 가볍게 중심을 움켜쥔 채 놓아주지 않았다.
"그만해 형. 제발-"
눈물이.....
형의 혀가 눈물을 닦아 내고 있었다.
"오래 전에 네 그런 눈이 부담스럽고 싫었는데......이제는 너에게 경멸 받는니, 예전처럼 네가 날 그렇게 마냥 좋아해주는게 그게 더 좋아. 너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
"형 제발-"
귓가에서 속삭이던 입은 어느새 귀를 깨물고....
"싫어하지마. 차라리 나랑 똑같이 더러워지자. 그럼 날 이해하겠지. 안 그래?"
혀가 밀려들어왔다.
"거기까지다 수인아-"
혀의 움직임이 멈췄다.
안도하고 있는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윤서형이었다.
"너무 한 거 아니야? 화난걸 꼭 이런 식으로 풀어야겠어?"
서서히 형은 몸을 일으켜 윤서형을 쳐다보았다.
"형제 일에 끼어든 네가 나빠"
"................"
윤서형을 바라볼 때 표정도 말투도 이제까지 상상도 할 수 없이 싸늘해져있었다.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굴 필요 없잖아. 내가 얼마나 더 사과를 해야하니?"
"사과 따위로 돌이킬 수 있는게 아니지 아마?"
"그럼 어떻게 할까? 무릎 끓고 빌어야돼?"
"넌, 언제나 그런 식이야. 내 일에 대해서는 앞 뒤 가리지 않고 일을 저질러. 네가 한 짓이 얼마나 상대방에게 잔인한 일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지? 혜란이 일도 그렇고 영주 일도. 기본적으로 넌 나나 다른 사람의 기분 같은거 생각하지 않아. 언제나 너 자신만을 위주로 생각하고 움직여."
"수인아-"
"이번엔 정말로 경고한다. 두 번 다시 수민이한테 그따위로 굴지마. 두 번다시 내 주변 사람들을 상처 입히지마."
"..............."
"더 솔직히 말할까? 네가 말했듯이 천성적으로 난 바람둥이야. 하지만 친동생을 그냥 간단히 흥미위주로 손댈 리가 없잖아? 내가 적어도 수민이에게 손댄다면 그건 정말로 진심이야. 다시 말하면, 네가 또다시 그따위로 굴면 난-"
"알겠어. 알겠다고. 절대, 다시는 그러지 않겠어. 절대로-"
"............사과해....수민이 한테"
윤서형은 한참을 입을 꾹 다문 채 침묵하고 있었다.
자존심이 상했으리라......
"......미안하다. 수민아. 네가 그렇게 흥분해서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어. 많이 놀라고 충격받았을 텐데, 진심으로 사과할께"
한참만에 윤서형은 굳게 결심한 듯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형은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아쉬운 듯이 손을 거둬갔다.
그때까지 형은 손으로 날 붙들고 있었다....
윤서형을 먼저 보내고 형은 그저 혼이 빠져있는 내 곁에 남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있었다.
"날 미워해도 좋아. 하지만 이게 내가 살아온 모습이고, 크게 별다르지 않을 거야. 네가 영영 모르기를 바랬어.........나 상당히 널 소중하게 생각했나봐."
형은.....웃고 있었다.
슬픈 눈으로.
한번도 본적 없는...
"하지만....변명하고 싶지 않다. 뭐가 됐든 내가 선택한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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