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첫 번째가 되고 싶은 사람들

조회수 16 15세 이상 이용가 등록 2026.08.18
Pride

4화. 첫 번째가 되고 싶은 사람들


4-1

"너 뭐야!- 웁"
소리지를 새도 없이, 입으로 뭔가가 들어왔다.
달다...

"맛있지?"
입안에 들어있는 그 단것 때문에 대꾸할 틈도 없이 그대로 계속 끌려갔다.



"정말 너랑 밥 한 번 먹기 힘들구나"
놈을 노려보고 있자니 살짝 웃으며 중얼거린다.
하-
화낼 기력도 없다.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화내기에는 지금 내 상태가 말이 아니다.....


"왜 그거밖에 안 먹어? 원래 그렇게 조금 먹어?"
"아니, 식욕이 없어."
".....나... 때문에?"

에?
이 녀석도 저런 표정을 지을 줄 아네?
마치 혼날까봐 겁먹은 강아지 같은 표정...

"..아니..너 때문이 아니야."
"다행이다."



"나 이만 가봐야겠다. 밥 먹어 줬으니까 됐지? 끌고 온건 너니까 네가 돈 내."
입을 닦고 일어서며 툭 내뱉었다.


"벌써 가는 거야?"
에....
또 이런 표정은 뭐라고 해야 하냐...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표정?

"가야돼. 나 오늘 컨디션 안 좋아서 간신히 쉬게 됐단 말이야. 집에 가고 싶어."
"집 어딘데?"
"홍제동"
"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
"넌 다음 스케줄 없어? 요새 바쁠텐데?"
"없어. 내가 데려다 줘도 돼지?"

그런데.....갑자기 왠 친절?
아아- 생각하기도 귀찮다.





"넌 항상 누구하고도 친하고 친절하잖아. 그런데 왜 나한테만 쌀쌀 맞게 구는 거야?"
네가....
정녕 모른단 말이냐....

"그렇게 느꼈어?"
"응"
"너, 그 말 알아?"
"무슨 말?"
"뿌린 대로 거둔다."
"............그게 왜...."
"평소 네 행실을 생각해봐. 네가 누구한테든 친절하게 군 적 있어? 아니면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있냐고? 하다못해 실례되는 말이나 행동 안 한적 있어?"
"............"
"없지?"
"........아마도..."
"그러면서 뭘 바래?"

침묵하고 운전만 한다.
운전하는 녀석한테 할말은 아니지만...
이때가 기회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말이야, 서로 상호적인 거야. 어느 한쪽이 잘못하면 그 상대도 그에 맞게 반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자신은 잘못해놓고 마냥 상대의 친절과 배려만을 기대한다면 그건 어린애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너한테는 잘못하지 않았잖아."
"한가지 빼먹은게 있는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야. 네가 한 사람, 한사람에게 한 행동들은 결국 너를 포함한 큰 사회와의 관계로 이어지는거야. 너 고등학교 안 다녔어? 하다못해 중학교는 나왔을거 아니야? 그거 다 그때 나온다고. 아마 초등학생도 알걸?"
"............"
"그리고 어차피 너도 이 바닥에 오래있을텐데 그렇게 적을 많이 만들어 놓고 앞으로 어쩔셈이야? 언제까지 그런 빽으로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난 잘못하지 않았어. 어차피 날 이상한 눈으로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건 그 사람들이라고. 어차피 자기들이 실력이 없어서 맨날 그 자린인걸 내 탓으로 돌리는게 더 웃기는거 아니야? 어차피 빽이니 뭐니 해도 실력이 없으면 아무도 써주지 않아. 난 실력이 있고, 그 사람들과 비할 수 없이 월등해."
"시끄러워. 네가 어린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막 대하냐?"
"...하지만..."
"뭐 그 선배들도 밸이 꼬이겠지. 너같은 빽없는 사람들은 다 죽도록 노력해서 간신히 그 자리에 있는 건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너 같은 녀석이 조연으로 나오다가 갑자기 주연 자리를 빼앗은거나 마찬가지가 되버렸으니 좋게 보일리 있어? 게다가 피디랑, 국장이랑 노골적으로 다 드러내놓고 뒤에서 밀어주니 더욱 열받지. 더구나 드라마를 찍는게 아니라 네 개인 선전물을 찍는게 되버렸잖아."
"죽도록 노력했는데도 성공할 수 없는 세계라면 있는 배경 이용하는건 더욱 당연한거 아니야? 어차피 그런 세계라면 그에 맞게 대응해 줘야지. 게다가 난 그런 식으로 허송세월하고 싶지도 않고 내가 하고싶은걸 하는 것 뿐이야. 날 정말 욕하고 싶다면 실력으로 눌러보라고해. 뒤에서 그러는거 싸움에 진 개가 꼬리내리고 도망쳐서 뒤에서 짖어대는 꼴이니까."

이, 이 바보가!


"난 가진거 없어 불만에 찬 인간들 숱하게 많이 봐왔어. 하지만 말이야 그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도 보지 못할 뿐 아니라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리고 자신의 탓이 아니라 다른 사람 탓을 하지. 그런 인간들 신물나."
"너..............젊은 놈이 어쩌다 그렇게 삐뚤어진 생각을 가지게 됐냐?"
"우리 집에서 크면 다 나처럼 돼"
"그래? 그럼 넌 진짜 바보구나"
"뭐?"
"그런 비뚤어진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너 스스로 그렇게 되지 말자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지 도리어 그런 못된걸 배워? 넌 생각도 못하는 바보냐? 너네 집안 사람들이 그렇게 산다고 그게 전부 진리냐?"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야! 네가 학교를 못 다녀봤어? 책을 못 읽어봤어? 텔레비전을 못 봤어? 네가 돌대가리가 아닌한 그런걸 보고 생각이란걸 해봤을거 아니야? 너네 집 사람들이 비뚤어져있다는 것쯤은 보일거 아니야? 아니면 그냥 그렇게 사는게 편하니까 그러는 거니? 그럼 넌 바보보다 더 나빠."
"..............."

녀석이 갑자기 차를 세웠다.

화, 화났냐?
그래도 돼. 그러라고 한 소리니까.


"없었어...."
"응?"
"지금까지 나에게 그런 말 해준 사람 한 명도 없었어."
"에......그, 그래서 불만이냐?"
"아니. 고맙다고"

어...
어어...

"그런 말 다른 사람한테 들었으면 역시 화내고 말았을 거 같은데, 역시 네가 말하니까 다르게 들린다."
"그, 그래?"
"고마워, 그런데 왜 굳이 나한테 그런 말을 해주는 거야?"
"그거야-"
"나한테 관심이 있었긴 있었구나?"

관심?

"뭐, 그야"
"다행이다."



"저건- 뭐냐?"
수민이 전화를 받고 촬영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한국으로 달려왔더니 이상한게 수민이 옆에달라 붙어있다.

"사진영이라고 신인이야"
"누가 이름 물었어? 저 녀석이 누구건 간에 왜 너한테 그렇게 붙어 있는 거냐고 묻는 거다."
"아, 그게 친구가 없거든-"

못마땅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성질도 더러워 보이는 데다가 속에 한 여우 10마리를 숨겨두고 있을 녀석이다.
난 저런 녀석이 싫어.

"형, 가자"
담배를 옆으로 물고 그 신인을 비딱하게 주시하고 있자니 금새 수민이가 잡아끈다.
착한 녀석...

확실히 이 녀석은 뒤끝이 없다. 그렇게 나에게 전의를 불태우던 녀석이 그날 함께 떡이되도록 마신 후 나를 강아지처럼 따르게 되었다. 이 녀석은 확실히 내가 본대로 크게될 녀석이다. 탐욕스럽지 않고 지나친 욕심도 없지만 늘 활기에 차있고, 눈은 빛나고 있다. 그건 근본적으로 이 녀석이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바보도 아니다. 참....바르게 컸다고나 할까?



"보아하니 무슨 일 있는거 같은데 왜 아무 말도 안해?"
"............."
"네 녀석이 이렇게 풀죽어 있는거 처음 본다. 정말 큰 고민인가 보구나."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나를 올려다보더니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형은 말이야, 만일에.......만일에 형이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그 사람이 정말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어?"
".........잘못된 길이라니..."
"절대로 옳지 못한 길 말이야. 세상에서 절대 인정해주지 않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길로 간다면....그것도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어느 정도 강제에 의한 거라면..."
"강제?"
"응. 그래 강제"
"그램 구해내야지."
"그런데.....본인이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그거 어렵구나"

그 누구가 생각나는군. 나의 영원한 골치덩어리.....

"사실 나도 아직 잘 모르겠어. 그런 문제는...나와 완전히 상관없는 타인이나, 아니 상관은 있어도 그냥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말할 수 있을 거야. 그건 개인의 자유의사라고. 그러니까 타인은 간섭할 수 없다고 말이야."
".............."
"하지만 그 사람이 정말 내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런 일반론적인 수준에서 말하기 어려워. 더구나 내가 늘 그 사람을 지켜보는 위치라면 더더욱 그래. 그 사람이 뻔히 불행해질 줄 알면서, 게다가 절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다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 게다가 계속 그 사람을 떠올릴 때 마다 죄책감을 느끼게 될거야."
"그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려야 하는 걸까?"
"........아니.......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그건......자기 자신이 결정해야 할 문제야. 아무도........대신 선택하고 결정해줄 수 없어. 애석하게도 말이야, 아무리 일반론이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에 간섭해서는 안되는게 진짜 이치거든."
"그럼 아무 것도 할 수 없단 말이야? 말도 안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니...."

수민이가 흥분했다. 당연하다....
하지만 어쩌랴...
나 또한 지난 1년 동안 괴로웠다. 이런 문제로.
하지만 내가 혼자 아무리 괴로워해 봐야 결국은 은성이 자신의 문제일 뿐이다. 은성이가 그 자식 곁에 남기로 결정했고, 평생 그 자식 그늘에 살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석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아무리 아까워하고 안타까워해도.....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그나마....지금 그 녀석이 행복해하는 걸로 조금쯤 위안을 삼고 있다.
그대로 그녀석이 죽어서 돌아오지 않은 것보다.......훨씬 .....

"하지만.....하지만......."
분하다는 듯이 꼭 쥔 두 손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어....

"수민아-"
"우욱- 윽-"
끌어안아 주자 복받친 듯이 서럽게 울었다.
도대체 뭣 때문에 네가 이렇게까지 우는 거냐.......
하긴...
이 녀석이 이렇게 흥분할 일이라면 자기 형 일일게 뻔한데.....그 미인 형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늘 밝게 웃던 녀석이 이렇게 서럽게 우는 걸 보니 너무나 안쓰럽고 측은하다. 그리고.....사랑스럽다.....
귀여운 녀석이지만, 그걸로만 설명이 안된다. 이 녀석에 대한 내 감정은....






Pride

4-2


"어제 누구랑 나간 거야?"
"응?"
"어제, 누구랑 같이 차 타고 갔잖아."
"아.....승현이 형"
"이승현?"
"응"
"친해?"
"응."

쳇.
하긴 네가 안 친한 사람이 누구겠어.



"너 다른 사람들하고 제대로 인사좀 하고 지내. 다 알고 보면 좋은 사람들이야."
"정말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뭐?"
"사람 속은 모르는 거야. 겉으로는 좋은 얼굴 하면서도 나중에 배신때리는게 사람이야"
"그럼.....넌 나의 어디를 믿고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거야?"
"그, 그건 넌..."
"내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너도 나에 대해 모르잖아."
".............."
"네 말이 맞아. 사람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 사람이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인지 우린 아무 것도 몰라. 가까운 사람한테 배신당하는 것도 흔한 일이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야. 그리고 인간은 절대적으로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지. 그런데 넌 나의 뭘 보고 이렇게 다가온 거야?"
"난...널 믿으니까....."
"그것봐. 넌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신뢰하고 있어.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다는 완벽한 조건하에서는 믿음이나 신뢰 같은거 필요없어. 말 그대로 의심할 필요가 없으니까."
"................."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는거야. 그리고......그렇게 상대방이 믿어주고 신뢰해줄 때 사람은 스스로 그 믿음에 맞게 행동하게 되고. 결국......불확실하지만 서로를 믿는데부터 인간관계가 시작되는 거라고."

어떻게 들으면 잔소리같은데...
이 녀석이 말하면 하나하나가 진리이다.
결국 수민이 말대로 난 나에 대해 뒤에서 수근거렸던 그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그들의 대화에도 끼어들게 되었고...



"바빠요?"
촬영 끝나고 수민이를 찾느라 두리번거릴 때, 누군가 등을 쳤다.

"오늘 아주 좋았어요. 어때요 이제 할만해요?"
주연배우.
이 여자는 그러니까, 그 동안 나에게 단 한마디도 말을 걸지 않았었지.

"흐음. 처음에는 그냥 얼굴만 믿고 밀고 들어오는 거라 생각했는데 연기가 대단하군요. 나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당신이랑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거 같아요."
"그래요?"
"그리고 그쪽도 처음보다 상당히 성격도 부드러워진거 같은데, 그건 수민씨 덕택인가요?"
"아마도.."
"천만다행이군요."
뭐?
"정말 대책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그 동안 아니꼬와서 손봐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좀 얌전해졌으니 참아준다.....
흥. 거침없이 내뱉는 폼이 딱 그거다.
그랬었다 수민이가. 이 여자 만만치 않으니까 행동에 주의하라고.

"연극해보는거 어때요?"
"네?"
"알고 있는지 모르는데, 나 연극 오래했었거든요."
"그래요?"
"진영씨 연기는 상당히 파워풀하고, 스케일이 커요. 한번 연극무대에 서보면 잘 어울릴거 같아요. 해보지 않겠어요?"

당연하지. 내 연기가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면 이런 곳에 있지도 않았다고.

"우선 아직 신인이니까 작은 배역부터 시작하면 좋을거 같은데."

뭐?
작은 배역?
이, 이 여자가-



"그래서 뭐라고 그랬는데?"
"째려봐주고 네 일이나 신경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널 생각해서 참았어."
"뭐라고 그랬는데?"
"그냥, 관심없다고"
"........바보"
"누가?"
"너 말이다"
"내가 왜 바보야?"
"그 선배가 아무한테나 그런 말하는 줄 알아? 그만큼 널 눈여겨 본거라고."
"당연한거 아니야? 내가 그 정도 능력도 없이 이런 곳에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해?"

질렸다는 얼굴.

"쳇, 그 지나친 자신감은 어쩌면 그렇게 너나 승현이 형이나 똑같냐."
"그 사람하고 비교하지 말아. 기분 나빠."
"승현이 형이 왜?"
".................."
"바보, 내가 승현이 형이랑 친해서 싫다는 거야?"
".................."
"애기같구나. 사람이 단 한사람하고만 친하면서 지낼 수는 없어. 너도 자꾸 다른 사람하고도 친해지려고 노력해봐."

넌 나한테 항상 바보라고 하지.
쳇, 진짜바보는 너야.
아무리 여러 사람 친해도 내가 너한테 첫 번째가 되지 못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야.

"너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야?"
"응?"
"너한테 첫 번째가 누구냐고?"
"그야............"
"자기 형이겠지"

응?
뒤쪽에서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이승현이다.

"어? 형!"
"몰랐냐? 수민이 브라콤이야. 이 세상에서 자기 형이 가장 우선인 녀석이지. 첫째도 형, 둘째도 형"

언제부터 있었지?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