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고양이인 척해야 한다

조회수 12 15세 이상 이용가 등록 2026.08.18
15화. 고양이인 척해야 한다


지성체도 이제는 그 이름까지 알게 된 스탄턴 박사라는
사람에게서 말을 걸어왔을 때는 정말 놀랐다.
[자아, 고양아, 이리 온.......]
절호의 호스트라고 생각하고 있던 이 인물이 무엇인가 진실에
가까운 육감을 가졌다는 것에 위험을 느끼고 그 반동으로 기겁을
했을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만났던 인간의 지성에는 멸시밖에는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스탄턴은 옮아타기에는 절호의 상대였다.
전자물리학자이며 어디에도 갈 수 있는 돈과 자유를 가졌으며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책임도 없다.
지성체는 스탄턴과 미스 타리의 대화를 열심히 듣고 있었으며
스탄턴이 구술하는 내용도 들었다.
거기에다가 이것은 앞으로의 이야기지만 스탄턴이 지성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무엇인든지 가지고 있는 어쩌면 가질 수 있는
인간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스탄턴에게 옮아타면 불과 몇 주면 고향의 별에 돌아갈
수가 있다.식민지가 될만한 절호의 천체를 발견하고 돌아온
지성체 종족의 영웅이 될 수가 있다.
그러나 미스 타리가 갑자기 얼굴을 들어 복도에 있는 것이
발각되었을 때 어째서 당황하여 숨어 버리는 실책을 연출해
버렸는가?
스탄턴에 관해서 알고 흥분한 나머지 끝내는 진지한
고양이다운 행동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면! 발견되었으면
천천히 그대로의 모습으로 부엌으로 갔으면 되지 않았는가.
이편에서 다정하게 따르기만 했어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귀여워해 주었을 것이다. 우유라도 주었을 것이며
울면서 문이라도 긁어댔으면 내보내기라도 했을 것이다. 설사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작자였다
하더라도 문을 열어놓고 비나 총채로 ㅉ아내는 것이 고작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몇 시간 동안은 자유의 몸이 되었을 테니까
의심받지 않도록 고양이 죽게 하고 자신의 몸은 그로스의 집
밑에 있는 껍데기로 돌아갈 수가 있었을 것이다.
자유롭게 계획을 세워 껍데기를 그로스의 집에서 이 스탄턴
집으로 옮길 수 있는 동물을 설정하여 옮아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탄턴이 잠들면 곧 스탄턴의 마음으로
옮아 탈 수도 있는 지각권내에 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그렇게 했어야 한다.
그러나 일단 숨은 이상 여기에서 도망쳐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 닫는 것을 잊은 문의 창에서 빠져 나갈 때까지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스탄턴이라는 자는 이 얼마나 빈틈이 없는 자인가! 그
어디에다 닫는 것을 잊은 창은 없다. 더우기 지금은 바닥에
뿌렸던 가루 위의 발자국에서 스탄턴은 고양이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스탄턴은 그 이외에도 얼마만큼 추리를 하고 있을까?
집을 나서기전부터 가루의 함정을 뿌려놓았을 정도니까 분명히
무엇인가를 감지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집안을 살펴보고 다닌 지성체는 고양이의 민감한
발바닥에 무엇인가가 밟힌다는 것을 느낄 때까지는 바닥에 엷게
뿌려놓은 밀가루에 관해서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깨닳게 되어 발치를 내려다보았으나 이미 때는 늦은
것이었다. 고양이의 발자국을 지운다든가, 가루를 치워버리고
새로 뿌리는 방법을 생각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지금 옮아타고 있는 이 작은 고양이의 몸으로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가루를 처리한다는 것은 어떻게든지 가능하다. 핥아
버려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새로운 가루를 평등하게
뿌린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선반을 열고 체를 낼 수는 있지만 몸집이 작고 손이 없으르로
도저히 인간이 하는 것처럼 체를 사용할 수가 없다. 방법이 전혀
없다.
정말 놀란 것은 스탄턴이 돌아와서 그를 향해 같은 지성동물을
대하듯이 말을 걸어왔을 때다. 스탄턴은 논리에서인지
육감에서인지 집에 갇혀있는 고양이가 진짜 고양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그 정도의 사소한 증거로 그런 결론이 나오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였다. 그는 스탄턴이
과학자였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지금까지 지성체가 접촉한
인간심리의 내면은 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청년과 바보처럼
문맹에 가까운 노인의 마음뿐이었다.
아마도 이 세상에는 토미가 그로스가 알지도 못하는 그러나
스탄턴에게는 아주 쉬운 것이 있는 것이리라. 그것도 여러
가지가 있는 것이다.
지구에도 그들의 지성체와 마찬가지로 다른 동물에 옮아타고
그 동물을 지배할 수 있는 종족이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의 어느
작자들은 특수한 능력과 특별한 훈련에 의해 열등동물에 옮아탈
수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언젠가 스탄턴에 옮아탈 수 있으면
그 해답은 나올 것이다.
당면문제는 도망치는 것, 이 집에서 나가는 것이었다. 자살은
만약 여기에서 어떤 방법이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안
된다. 무엇보다도 스탄턴의 과학적 관심을 끈다는 것은 인간과
동물과 새의 수수께끼의 일련의 자살사건이었다. 지금 이 집
안에서 다시 자살사건이 일어나면 이런 상황에서는 스탄턴이
지금까지 추측만 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한 확신으로 변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 버린다. 지성체는 스탄턴이 아직 추측의
단계에서 머물어 줄 것을 빌고 있는 것이다.
가능한 것은 단 한가지라는 것을 이제는 지성체도 알고 있다.
아침이 되면 은신처에서 나타나서 스탄턴에게 모습을 보이고
가능한 한 고양이답게 보통 고양이답게 행동하는 것이다.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달리 방법은 없다. 스탄턴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위험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지성체는 즉석에서 자유의
몸이 된다. 거기에다 만약 스탄턴이 지성체가 옮아탄 동물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호스트를 죽인다는 것은 그것이 지배하고 있는 무엇인가를
해방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을 것이다. 지성체로서
위험한 일을 스탄턴이 고양이를 사로잡아 우리에 넣고 관찰하는
일이다. 그것만으로 끝난다고 해도 시간이 낭비된다.
고양이가 자연사를 할 때까지 도망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며
고양이란 몇 년이나 수명을 가진 것이다. 스탄턴이 지성체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동물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기 위한 심리
테스트에라도 착안한다면 위험성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만약 스탄턴이 그것을 분명히 증명해 버린다면?
토미 호프먼의 기억 속에 사실대로 말해 버리는 약이라는 것이
막연하나마 있었는듯 했다. 만약에 스탄턴이 그 약을 고양이에게
주사하여 그 약의 영향하에 무리하게 무엇인가를 조사하려
한다면 지성체는 끝장이다. 자신의 육체의 소재를 무리하게
알아내고 말 것이다. 그로스 집에 호위해주는 존재로 없이
묻혀있는 껍데기를 발견당하고 말 것이다.
거기에다가 호프먼이 연구를 위해 고양이를 우리에다 넣고
언제까지나 방치해 버리면, 고양이가 오래 살게 되는 경우,
지성체 자신은 죽어 버린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다.
고양이의 수명이 다하기 전에 양분이 없어져 지성체 자신이
죽어 버릴 것이다. 그로스가 껍데기에다 양분인 액체를
제공했으니까 몇 달은 가겠지만 1년은 가지 못할 것이다.
지성체의 육체에 양분공급을 할 수 없는 동물에 언제까지나
옮아타고 있다는 것은 지성체 자체에게는 생명을 잃는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하룻밤 내내,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를 생각했다.
유리가 깨지면 뛰쳐나갈 수가 있으니까 창에 육탄전을
시도해볼까도 생각했으나 그것은 자살하는거나 마찬가지라는
반대의 생각도 있다. 결과가 좋다고 가정해도 역시 스탄턴의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가 바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의혹이 단지 의혹에 불과하며
확신은 아니라는 것에 그쳐주기를 빌 뿐이다. 아침이 되어
스탄턴이 밖에 나가 주었으면 하는 바램 뿐이었다.
고작해야 이런 희망을 안고 상대방에게 역시 보통
고양이었다고 생각케 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스탄턴 박사가 잠자리에 든 것이 한 시였으며 그리고 다시 한
시간 동안은 잠을 이루지 못했으므로 아무리 휴가라지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열 시가 조금 지나 답답한 꿈 때문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인공위성의 계기인지 무엇이지를 설계하는 꿈같았으나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게 아니면 계기라고 생각한 것은 누군가의
사람이었으며 그 인간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리에 누운채 다시 희미해진 꿈의 전반부를 상기해보려고
했으나 거기에서 갑자기 집안에 있는 고양이를 생각해낸다. 꿈에
관한 것을 완저히 잊고 여전히 누운채 고양이에 관해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낮의 햇빛 아래서 생각해보니 어제 밤만큼
으스스하고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집에 와있는 집 잃은
고양이와 지난 10일쯤 전에 일어났던 자살사건과의 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그 가능성을 확대시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따지고 보면......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설명을
필요로 하는일이 있다.
고양이가 호기심과 시장기 때문에 열려 있는 문이나 창으로
옆집에 들어오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로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많지 않으며 지금 이 고양이 경우는 지나치게 기묘하다.
무엇보다도 이상한 것은 그 들어온 코스다.
그 점은 고양이가 잘 곳도 업고 배가 고프면 설명도 가능할
것이다.
나무에 오른 것도 가지에서 잠들어 있는 작은 새를 발견했기
때문이며 그 새를 잡을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
가지에 가서 새는 도망치고 유혹을 하듯이 열려 있는 열린
창틈이 시야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설사 들고양이라도 고양이라면 집 안에는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부엌 옆 출입구에서 인간의 동정을 엿보듯이
숨어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더우기 그 후
자취를 감추고......
그런데 만약 들고양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이나 농부에게
돌팔매질이라도 당한 기억이 있다면 인간을 무서워하리라는 것은
이해가 간다.
박사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옷을 입기 시작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먼저 고양이를 찾자. 고양이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은 그
후로 미루기로 하자.
옷장 서랍에 상당히 두꺼운 가죽장갑이 있었다는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것을 찾아내어 포켓에 찌른다. 고양이를 막다른
공간에서 잡아야 할 단게에 이르면 야생 고양이를 잡을 때
반항이라도 한다면-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도 남에게는 경우에
따라 대항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이 장갑은 지니고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 장갑을 끼면 그런 고양이도 다룰 수 있다. 가루 위에
남아있는 발자국의 크기로 미루어 그렇게 큰 고양이는 아닌 것
같다. 잠시 발자국은 조사한 것만으로도 그것은 알고 있었다.
삵괭이의 발자국도 보았지만 그것은 전혀 다르다.
자신이 자고 있던 침실을 나오자 문을 닫는다.
고양이 사냥도 조직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니까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먼저 이층을 돌아보고 살펴본 방은 하나하나씩
문을 닫아간다.
먼저 욕실로 들어가 볼 필요가 있어서 처음에 욕실을 살펴보고
그 후에 두 개의 침실을 살폈다.
고양이는 이층에 없었다.
계단을 반쯤 내려온 시점에서 고양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밖으로 나가고싶을 때 개나 고양이가 흔히 하듯이 현관 문 앞에
태연히 앉아있다.
전혀 위험한 기색이 없었다.
작은 회색 고양이이며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었다. 전혀 배를
고파하는 기색도 없었으며 그를 두려워하는 눈치도 아니었다.
실제로 다정한 듯이 쳐다보고 있을 정도였다. 야옹 하고 울며
가볍게 창을 긁는다.
평범한 고양이다. 보통 고양이이며 단지 나가게 해달라는
것이다.
어제부터 이렇게 오래 동안 숨어있었던 고양이치고는 너무나
당당한 자세라고 박사는 생각했다. 계단의 맨 아랫 단에
걸터앉아 여전히 현관문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고양이를
응시한다.
야옹하고 고양이는 다시 울었다.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고양아, 아직은 안 돼. 시간이 지나면 내보내 줄 테지만 그
전에 할 말이 있다. 거기에다 아침은 먹지 않겠나? 나도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박사는 일어서서 부엌으로 갔다. 냉장고까지 가는 동안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고양이는 뒤를 따라왔으나 발치에 바싹 따라오지는 않았다.
지금 고양이는 앉아서 박사를 쳐다본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이
난듯이 박사를 앞질러 갔으나-박사의 손이 닿지 않게 멀리
돌아간다는 것을 박사는 눈치챘다.
고양이는 다시 뒷문쪽으로 간다. 다시 문을 긁으며 야옹하며
박사를 돌아본다.
[내보내 주세요.]
고양이의 말로 애원을 하는듯 했다. 보통 고양이가 하는
행동이었다.
박사는 분명히 고개를 젓는다.
[안 돼지, 야옹아. 다음에 내주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안 돼.
그 전에 생각해둘 문제가 있으니까.]
냉장고에서 우유를 들어내더니 접시에 따라 바닥에 놓아둔다.
고양이는 옆에도 가지 않고 박사가 계란 두 개를 굽어 커피의
물을 꿇이는 동안 문 옆에 있었다.
박사가 아침식사를 방 반대쪽으로 가져가서 큰 테이블에다
그것은 놓고 걸터앉자 고양이는 문 옆을 떠나 우유 접시쪽으로
갔다. 시장한듯이 핥아먹기 시작한다.
박사는 계란을 먹으면서 말한다.
[착하지. 어때, 여기에 와서 살며 자주 나를 만나러 오지
않겠니.]
고양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으나 고양이를 보고 있는 동안에
박사는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인가를 밀할 수 있는 상대로 고양이를 신변에 두고 사육하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거기에다가 만약, 이 고양이에게 정말로 수상한 데가 있으면
당분간은 신경을 써서 조사하는데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언제까지나 이 고양이를 가두어 둘 수는 없을 것이다.
무더운 날 그런 짓을 했다가는 자신이 질식해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창을 반쯤 열고 그 공간에다 꼭 맞는 망창을 하면
어떨까. 이 부근에 파리는 많지 않는듯 이 집의 주인은 망창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 목수를 불러다가 완전한 망창을
끼워달라고 하면 되겠군 하고 박사는 생각했다.
이 집을 빌어쓴 답례로 약간 손을 봐주는 것도 좋겠군 하고
생각했던 참이다. 거기에다가 분명히 파리도 얼마간은 있고
밤에는 창을 닫지 않고 불을 켜놓으면 나방이 들어온다. 망창을
부착한다는 것은 이 집으로서도 다행한 일일 것이다. 고양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은 해주어도 좋을 것이다.
물론 그는 고양이 주인이 돌려달라고 한다면 남의 고양이를
차지할 생각은 없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시내에서 물어보면
어떻게 될 것이다. 주인이 나타나면 특히 아이들이 귀여워하고
있던 고양이라면 2달러나 3달러에 기꺼이 팔아줄 것이다.
시골에서는 고양이같은 것은 얼마든지 있으며 값도 싸다.
새끼를 낳는 것이 빨라서 언제나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고 있을
것이다.
매사튜세츠 공과대학의 교단에 서기 위해서 돌아가기 전에
고양이를 길러줄 집도 발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에게
약간 돈을 얹으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부근의 농가에서 이미 고양이를 몇 마리 기르고 있는 집이라면
한 마리쯤 늘어나도 별차이는 없을 것이며 대부분의 기르는
고양이도 이런 시골에서는 들쥐를 잡아먹고 살아가는 것이다.
박사는 말했다.
[야옹아, 진지한 이야기인데 당분간 여기서 살면 어떻겠니?
그건 그렇고 너의 이름은.]
고양이는 여전히 우유접시를 핥으면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좋아, 네가 말을 하지 않으면 새로 이름을 짓기로 하자. 내가
부르게 될 이름이야. 야옹이가 좋겠어......멋있는 이름이지.]
고양이는 우유를 반쯤 마셨을 뿐이지만 그것이면 됐다. 이
고양이의 크기로 미루어본다면 과식을 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다시 문 앞에 가서 앉아 있었다.
[야옹.]
고양이가 운다.
[알았다, 야옹아. 자연의 요구라는 거겠지. 이 집에
갇치고나서의 시간을 생각하면 놀랄 것도 없지. 그러나 그토록
밖에 나가고 싶어하는 것을 보면 너는 가출한 고양이야.
어떻게든지 해주어야겠군.]
이미 식사를 마친 박사는 지하실의 계단 입구로 갔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간다. 여기에 살던 누군가가 무척 많은 톱질을 한듯
지하실 구석에 톱밥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박사는 적당한 크기의 판지상자를 발견하더니 톱밥을 담아
부엌으로 올라와서 구석에다 놓았다.
[고양아! 이것을 이용하라구. 2-3일 동안은 밖에 내어줄 수가
없다구.]
고양이는 톱밥이 든 상자를 보았으나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야옹.]
다시 호소라도 하듯이 운다.
[너는 밖에서만 기르던 고양이인듯 하군. 톱밥 상자에는
익숙하지 못하군. 어쨌든 해보라구. 참을 수 없게 될 때에-.]
아침을 먹고 식기들을 개숫물통으로 가져가더니 박사는 씻기
시작했다.
[고양아, 말해두지. 2-3일 동안은 이렇게 해서 시험을 해보는
거야. 그 때까지는 톱밥의 사용처를 알게 될 테지. 그렇게 하면
처리는 내가 하지.]
박사는 말하며 돌아보았다.
[그리고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알게 되거든 그 다음부터는
네가 처리토록 하지. 그리하여 밖으로 내줄 테니 다시
돌아오겠다, 다시는 출입구에서 서성거리지 않겠지? 알아
듣겠나.]
고양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하지 않겠다는
대답뿐이었다. 고양이는 여전히 문 앞을 떠나지 않는다.
박사는 해두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듯 얼마 동안은 고양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고양이의 몸에 옮아탄 그대로 이 이상 정체가 폭로될만한 짓도
하지 않고

고양이를 처치할 수도 없고 속수무책으로 지성체는 출입구
옆을 떠나지 않았다. 방광(膀胱)과 복압(腹壓)이 이제는 상당히
가중되고 있다.
더우기 스탄턴은 앞으로 며칠 동안은 밖으로 내줄 것같지도
않다. 지성체로서는 옮아 탄 고양이의 육체적 고통은 객관적인
사실로서 느껴질 뿐, 괴로움 그 자체는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니다.
스탄턴은 그를 며칠 동안 가두어 놓을 예정인듯 했다.
지성체로서는 이 고양이의 육체를 그 때까지, 아니면 그 이상
의혹을 초래할만한 짓을 하기 전에 소멸시켜야 한다. 스탄턴은
이미 충분히 의혹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바닥에다 해치우느냐, 톱밥 상자에 해버리느냐 하는 것이었다.
만약에 완전한 들고양이인척 톱밥 상자를 사용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한척 지금 바닥에 해버려 바닥을 더럽혀 놓으면
스탄턴도 싫증이 나서 가출한 집 고양이인척 하며 상자를
이용하기보다는 빨리 놓아 줄 것이 아니겠는가?
지성체는 냉정하게 스탄턴을 바라보았다. 그가 미운 것은
아니다. 증오의 감정은 자비와 마찬가지로 지성체에게는 인연이
없는 것, 그들의 동족에게만이 구사되는 것이다.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
이미 의혹을 품고 있는 스탄턴인지라 고양이가 그 때까지
어디에 있었는가, 주인이 기르고 있었는가, 언제 어떻게 하여
자취를 감추었는가를 조사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밖에도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가출을 했는가까지도 조사하게
할지 모른다. 서툰 차질이라도 생기면 스탄턴의 의혹에 불을
지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성체는 지금 옮아타고 있는
고양이의 심정을 자세히 살펴 특정의 이 고양이가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는가를 충분히 파악한 후에 거기에 따라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양이의 뇌에서 그 기억을 찾아내는데 불과 1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톱밥상자로 다가간다.
스탄턴은 개숫물 가까이에서 무심히 돌아본다.
[아하, 착하군!]
그렇지. 지금까지도 계속 이렇게 하면 좋았을 걸 하고
지성체는 생각했다. 관찰당하고 있을 때는 언제라도 현재
옮아타고 있는 상대방의 마음을 조사하여 같은 정황(情況)에서
그것이 하는 대로의 행동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어제 처음으로 그 여자를 복도에서 모습을 보았을 때 숨지말고
부엌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으면......
당면한 문제는 해결되었으나 앞으로는 어디까지나 이 방법으로
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누워서 잠시 자는 것이 자연스러울 테지. 쉬기에 편한
푹신한 곳을 찾는 거야. 거실에 소파가 있었다. 문턱을 넘어
소파에 뛰어오르자 기분 좋은듯이 누웠다.
스탄턴은 입구에 서있었다.
[좋았어. 좋을 대로 하라구. 그런데도 어제 밤까지는 왜
숨어지냈지?]
이렇게 말하고나서 박사는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성체는 고양이의 육체를 쉬게 하고 잠들게 했으나 마음
속으로는 자신이 얼마나 바보였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공포에
사로잡혀 두 번씩이나 숨어 버린 것이다. 한 번은 복도에서
여인에게 발각되었을 때, 또 한 번은 밀가루에 발자국을 낸 후
밤중에 스탄턴이 돌아왔을 때였다.
그는 지금 남아도는 시간을 이용하여 이 고양이의 마음을
철저히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서 4 - 5일 동안 갇혀있다는 것은 귀찮은 일이 될지는
모르지만 예정이 약간 늦어진다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어쩌면 스탄턴은 특별한 심리테스트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전체적인 관찰을 계속할 모양이다. 지금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알고 있는 지성체로서는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조금 따뜻해져서 스탄턴은 아래층의 창을 모두 열고
다녔으나 - 어느 거나 공교롭게도 2인치 정도의 조심스러운
개방이며 중간치의 고양이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정도였다.
얼마가 지나자 스탄턴이 고양이를 내려다 보며 말한다.
[고양아, 잠시 시내에 갔다 올 테니 집을 잘 지키고 있거라.
고양이용 식품과 리버든 무엇이든 사다주지. 네가 여기에 있는
동안은 내가 더할나위 없는 호스트가 되어 주지.]
지성체는 지금 옮아타고 있는 호스트인 고양이의 몸을
하마트면 뛰어오르게 할 뻔했다. 그렇다면 스탄턴은
<호스트>라는 말의 다른 의미도 알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는
졸리는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본다.
스탄턴이 현관으로 가자 고양이도 소파에서 뛰어내려 진짜
고양이처럼 뒤를 쫓았다. 그러나 스탄턴은 한쪽 손을 뻗어
살며시 고양이의 목을 잡는다. 몸이 닿은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그는 고양이를 안으로 밀고 문을 밖에서 채울
때까지 고양이의 목을 쥐고 있었다.

버톨스빌의 시내에서는 박사는 먼저 크라리온 신문사에
들렀다.
호리스가 두들기고 있던 타이프라이터에서 얼굴을 든다.
[어서 오세요. 이번에는 무슨 일로?]
[별로 놀랄 일은 아니야. 한 가지 물어볼 일이 있어서 말이야.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람은 없는가?]
호리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고양이? 고양이따위는 여기에서는 한 무더기에 10센트도 하지
않습니다. 집을 잃으면 그만입니다. 그것으로 단념하는 거지요.
왜 그러세요? 고양이를 습득하셨나요?]
[그렇다니깐. 거기에다 그 놈이 함께 있기를 원한다면 얼마
동안 길러도 좋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원래 주인이 소중히
기르고 있었던 거라면 그렇게는 할 수 없잖나? 아이들의
애완용이었을지도 모르고 - ]
[그렇기는 하군요. 그렇다면 분실품란에 당신의 광고를
실어드려도 좋습니다. 마감은 금요일 낮, 곧 조판이 끝날
때입니다.]
스탄턴은 잠시 생각했다. 지금 호리스에게 광고를 신청해
두어도 도중에서 중지시킬 수도 있겠지. 박사는 말했다.
[좋아. 지금 광고를 부탁해두지. <습득. 작은 회색 고양이>.
거기에다가 우체국의 나의 사서함 번호야. 회답이 올지 안올지는
다음 주에 함께 조사하기로 하자구.]
[물론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누구의 고양이인지 알기는
하겠군요. 지난 주 크레머에게 들렸더니 거기에 있었던 몇 마리
고양이 중에서 회색이 있었던 것을 보았는데. 방향도 댁과 같고
- 그 집 고양이인지도 모르겠군요.]
[우리 집 방향이 어느 쪽이지?]
[그로스 집 옆입니다. 그로스의 집은 알고 계시지요? 자살한
후 당신도 보안관과 함께 갔었다니까. 그 집은 동쪽입니다.
르루사가 서쪽이 되고.]
호리스는 원고를 썼다.
[고맙네, 에드. 돌아가는 길에 들여다보지. 다만 광고는 내가
중지시켜달라고 말하지 않는 한 내도 되네. 그럼, 또 만나세.]
시장을 보면서 박사는 고양이 식료품을 두 통을 샀다. 이
정도의 고양이라면 한 통으로 이틀은 견딜 테니까 두 통이
있으면 고양이가 그대로 살게 되거나 도망쳐 버리든가 시험이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드럭스토어에서 박사는 미스 타리에게 전화하여 분명히 목요일
낮까지 일이 끝날 것같은가를 확인하고 무엇인가 새로 들은 것은
없는가를 물었다.
일은 약속한 대로 완성되겠지만 재미있는 소문은 들은 것이
없다는 대답이었다. 타이핑이 끝날 때까지 소문에 귀를 기울일
기회도 별로 없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그녀는 집 안에서 고양이가 발견되었는가를
알고싶어 했다. 박사는 고양이 이야기를 해주고 고양이를
길러보고싶다고 했다.
돌아가는 길에 그로스 집 동쪽 이웃의 농가에 들렀다. 현관
포치에 고양이가 두 마리 있었다. 모두 회색으로 그 고양이가
같은 크기로 같은 배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문을 노크하자 뚱뚱하고 상냥한 여자가 나왔다.
[난 랄프 스탄턴이라고 하며 이 도로 앞에 살고 있는 사람인데
사실은.]
[예, 알고 있습니다. 존함도 들었고 차로 지나시는 것도
보았습니다. 들어오시지요.]
여자는 물러서며 박사가 들어오는 길을 열었다.
[잠깐 실례합니다만 곧 끝납니다. 다름이 아니라 부인, 댁에서
회색 고양이를 기르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 내가 지금 현관에
있는 두 마리와 같은 크기의 회색 고양이를 습득했는데 어쩌면 -
]
[어머나. 그렇습니다. 한 이틀 보이지 않아서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걱정마십시오. 우리 집에 와있을 뿐입니다. 아마도 집을
착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대로 생각합니다. 저에게 파실 수
없을까요?]
여자가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저었다.
[팔라고요? 천만에. 마음에 드시면 그냥 드리지요. 집에는
그것 말고도 세 마리나 있고 - 어미 고양이가 먼젓 번에는 여섯
마리나 낳았습니다. 받아줄 집이 세 집밖에 없어서요.
거기에다가 또 출산을 할 모양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어미를 처치하든가 수의사에게 데리고 가서 난소 적출수술을
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집은
고양이로 가득하게 될 테니까요.]
[고맙습니다. 양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거기에다가 여름철이
끝나고 여기에서 철수할 때는 틀림없이 양자로 줄 집을
찾겠습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데리고 가겠습니다. 내 집에
계속 있어주면 말입니다만.]
[그런데 방금 당신은 - ]
[지금은 아직도 우리 집에 가두어 놓은 상태입니다. 우리 집이
익숙해지고 계속 있어줄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2 - 3일 후에는
놓아줄 생각입니다. 그래서 내 집에 있게 될지 아니면 여기로
돌아올지 알게 될 테지요. 싫어하는 것을 어지로 잡아둘 수야
없지 않습니까? 고양이란 워낙에 고집이 세니까.]
[글쎄요. 생각대로 되시면 좋겠는데. 그것은 그렇고 이름은
제리입니다.]
[우리 집에 오고나서 그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야옹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크레머의 부인이 크게 웃었다.

고양이는 스탄턴박사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 문 안쪽에 도사리고 있다가 박사가 들어서자 뛰쳐
나가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사는 그것을 저지시켰다.
[그것은 안돼, 야옹아!]
이렇게 말하고 이번에는 두 다리를 잡고 문을 발로 차서
닫았다.
[까닭은 말했을 텐데. 너는 여기에서 4 - 5 일은 여기서 갇혀
살아야 해. 너는 여기에서 나와 같이 살든가 아니면 크레머
집으로 돌아가서 제리로 돌아가는가를 결정하면 되는 거야. 나는
이미 너의 정체를 간파하고 있단 말이야.]
고양이를 소파에 내려놓고 내려다 본다.
[그렇지 않니? 야옹아.]
박사는 살며시 덧붙였다.
시내에 가있는 동안에 망창에 관한 교섭을 하는 것을 잊었다고
깨달은 것은 창을 좀더 활짝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어차피 내일 또 시내에 나가야 한다. 하루쯤 늦었다고 별
일이야 있을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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