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여섯 번의 자살과 한 마리 고양이
13화. 여섯 번의 자살과 한 마리 고양이
[미스 타리, 정말 맥주를 하지 않겠습니까? 구술이라는 것은
무미건조한 일이지만 그것을 속기하는 것은 더 무미건조한 일일
테지요.]
박사가 말했다.
미스 타리는 약간 웃는 얼굴로 변했다. 박사도 이런 그녀는
처음이었다.
[꼭 마셔야 한다면 마시겠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비밀에
붙이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이런 좁은 고장에서는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담배도 피우지
못한답니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캔맥주를 집어내면서 박사는
말했다.
[비밀로 하겠습니다. 거기에다가 당신에게 담배도 권해보고
싶군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파이프 담배밖에 없어서......참
그렇지, 구술을 하면서 담배는 피워도 되지요.]
[물론입니다. 파이프 담배 냄새는 오히려 좋아하는 편입니다.
너무 좁은 곳에서는 곤란하지만. 거기에다가 이 부엌은 무척
넓군요.]
[걸어다니기에도 좋지요. 실제로 나는 이 부엌에서
살아가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낚시질이나 시내에 나가는 일
이외의 시간은 대개 여기서 보내고 있습니다.]
맥주 잔을 두 개 들고와서 하나는 미스 타리 앞에 놓고 또
하나는 맞은 편 자리에 놓는다. 박사도 자리에 앉는다.
[미스 타리, 그 연필은 아직 놓아두셔도 됩니다. 어차피
게으름뱅이니까 지금 당장에는 구술을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자아, 이제부터 필기를 시작하겠다는 자세보다도 이야기나 듣는
자세로 대해주십시오. 특히 나는 가끔 나의 학생들이 이야기의
종결을 짓는 것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을 정도니까.]
[학생? 그렇다면 당신도 교직이신가요.]
[예, 미스 타리.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매사츄세스
공대에서, 전문은 전자물리학입니다. 거기에다가 원자물리
쪽에서 말단의 일을 조금 하고 있습니다.]
미스 타리는 연필을 놓고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박사를 보았다.
[스탄턴! 그 랄프 S 스탄턴 박사이신가요? 물론 알고 있지요.
우주선 계획에는 언제나 참여하고 계시는.]
박사는 웃었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미스 타리. 당신이 이름만이라도
알아주신다고 생각하니 나쁘지가 않군요. 과학에 흥미가
있습니까?]
[물론이지요.그 누구라도 마찬가지일테지요? 하물며 달이나
다른 별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시대니깐요. 나는
오래 동안 공상과학 소설을 애독해 왔습니다.]
[당신이.]
[물론이지요. 이상하십니까.]
분명히 이상할 것은 없지만 박사는 말이 막혀 버렸다. 아무리
보아도 공상과학 소설의 독자답지 않다는 말은 입밖에 낼 수가
없었다. 지금의 [이상하십니까.] 의 반문은 단순한 말장난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박사는 말했다.
[또한 나도 기분전환으로 추리소설을 읽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 중에도 공상과학 소설을 읽고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나는 기분전환을 위해서 읽는 것은 가능하면 과학과
인연이 먼 것입니다.]
미스 타리가 말했다.
[그것은 알겠습니다만 지금부터 구술하시는 것은 과학에
관해서입니까, 아니면 단순한 편지입니까.]
[그 어느편도 아닙니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일대에서 어쩐지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말입니다. 그래서 잠시 조사해보았는데 지금까지 조사한 것을
잊어 버리면 곤란하니까 그전에 중간 조사 보고의 형식으로
기록해두고 싶은 거지요.
미스 타리는 눈을 크게 뜨고 박사를 보았다.
[그렇다면-그 자살로 인한.]
[그렇습니다. 당신도 호기심이 생겼다는 말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일대의 사람들은 보안관을 위시하여 모두가 매우
당연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사는 파이프에 담배를 담아 그 담배를 밀어넣기 시작했다.
[나도 입회했습니다. 만났다는 기억은 없습니다만 가너씨가
돌아가기 전에 만나려고 그 사람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았으니
만나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가너씨는 만나지 못했지만 대신
보안관과는 이야기를 했지요.]
[그래서 무엇인가 이것과 관계되는 일이라도 알아내셨습니까?
대답해주시지 않아도 좋습니다. 토미의 자살에 관계되는 일은
어차피 구술하시는 것을 들으면 알게 될 테니깐요. 같은 것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박사는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나서 대답했다.
[그야, 그렇습니다, 미스 타리. 그러나 당신도 역시 이 사건에
흥미를 가졌다면 먼저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듣기로 합시다.
내가 아직 모르는 것으로 무엇인가 여기에 관계되는 것을
아신다면 구술하기 전에 들어두면 이편에서 알고 있는 것에
추가할 수가 있으니깐요. 그런데 토미 호프먼의 일로서
검시심문에서 나타나지 않는 일이 있습니까.]
[이렇다 할 것은 없습니다만 토미의 일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샤로테도 마찬가지이고요. 그 두 사람에게는
1학년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작년부터는 나의 영국문학 학급에도
나오고 있었으니까.
거기에다가 내가 알고 있는 한 토미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영리하다고는 할
수 없었으며 공부를 많이 하는 아이도 아니였습니다만 정상이며
보통의 단순한 아이였습니다. 심리적으로도 완전히
건강했습니다. 토미의 출산 때부터 계속 돌보고 있던 그룹
의사와도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토미의 몸도 완전히 건강했다고
말했습니다. 홍역이나 백일해는 수년전에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질병이라면 그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의사가 얼마 동안은 진찰을 하지 않았던 말이
되는군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봄에 토미는 학교에서 야구 때문에 부상을 당했지요. 아니지요.
머리 부상이 아닙니다. 늑골에 금이 간 것입니다. 그룹의사가
치료를 했습니다. 거기에다가 우리 고등학교에서는 엄격한
규칙이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만 운동경기에서 부상한
학생은 철저한 건강진단을 받지 않으면 팀에 복귀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주에 만났던 의사의 말로는 바로 두 달전에
토미를 진찰했을 때는 그 어디에도 이상이 없고 완전히
건강했다는 것입니다.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육체에서 온다고
하잖습니까. 머리에도 이상이 없었다는 것은 보증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이는 정신이상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박사는 거침없이 말한다.
[거기에다가 성적인 억압에 고민했다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샤로테 가너에 대해서는 어떤 것을 알고 있습니까.]
[좋은 아이입니다-정말로. 박사님, 나는 이 나이로 교사같은
것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딱딱하고 변태적인 위인은
아닙니다. 그 아이는 영리했습니다. 토미보다 훨씬
영리했습니다. 자신이 훨씬 영리하다는 것을 토미에게 깨닫지
못하게 할 만큼 영리했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인가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 들쥐의 이야기도 그 아이가
그렇게 말한 이상 말 그대로이며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거기에다가 심문전에 검시관도 보안관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말했는데도 심문에서 자진해서 이야기하다니 그 용기에는
탐복했습니다. 들쥐의 이야기가 필요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토미가 자살한 것이 괴기한 사건에
관계가 있다면 어떤 괴기한 일이라도 생략할 수는 없잖아요.]
[그 점은 동감입니다. 그밖에도 뭔가 말씀해주실 일은
없습니까? 물론 검시심문에서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공교롭게도 그렇게 된 거지요. 거기에다가 그로스씨의 자살은
거의 아무 것도 모릅니다. 두 개의 자살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이 두 가지는 시기와 장소가 우연히도 매우 가까왔다는
것뿐입니다. 글쎄 여기에서 몇 해 동안이나 월콕스에서
이쪽으로는 자살사건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자살에는 관계라는 것이 전혀 감안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다가 토미는 그로스를 알고 있었을 테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서로 터놓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였으니까.]
박사는 웃으며 다시 파이프에다 담배를 밀어넣고 다시 불을
붙였다.
[미스 타리, 그 자살이 여섯 건이나 있었다면 어떻게
생각하지요? 인간이 둘, 동물이 네 마리.
처음이 토미에게 달려들었다가 일부러 토미에게 피살된듯한
들쥐입니다. 분명히 자살한듯이 보이는 이 쥐와 개-호프먼의
개와 토미 호프먼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거기에다 이것도 분명히 자살이라고 생각되는 올빼미와
고양이-그로스의 고양이와 지그프리드 그로스의 자살과의
관계는?
그로스의 냉장고에서 그 날 밤, 수프 스톡 1쿼터와 그래이비가
없어졌다는 사소한 것-정말 사소한 일일까요?-어쨌든 그런
수수께끼는 별도로 하더라도 말입니다.]
미스 타리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왜
창백해졌을까? 박사는 그것을 보고 설마 불안에서가 아닐 테지,
흥분했을 뿐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미스 타리는 조용히 말했다.
[박사님. 만약에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나의 호기심이
폭발하기 전에 구술을 시작하시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그녀는 연필을 들고 속기 노트를 펼쳤다.
박사는 다시 파이프에 붙을 붙이고 걸어다니면서 구술을
시작한다. 물론 물흐르듯 줄줄 나오는 것은 아니였다.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냉엄한 사실에 과장이나
수식을 붙치지 않게 쓰고 싶었기 때문에 문장 사이에 몇 분
동안의 구멍이 생기는 일이 여러번 있었다.
최초의 3건의 죽음과 그린 베이의 연구소로부터의 광견병
검사가 조짐이 없었다는 보고까지 구술을 마치자 거의 한 시간
반이 걸려 세 시가 지난 시각이 되어 버렸다.
박사는 미스 타리와 마주 앉아 피이프의 재를 때리며 떨었다.
걸어다니면서 구술하는 동안 두 번이나 담배를 넣고 적어도 스무
번은 불을 다시 켜댔다.
[그로스 사건에 접어들기 전에 한참 동안 쉬는 것이 좋겠어.
나도 충분히 2마일 거리를 걸은 셈이며 당신도 손이 아플 테니.]
미스 타리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괜찮습니다만 박사님은 쉬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제부터
나에게는 금시 초문으로 들어가는 대목으로 들어갑니다. 토미에
관해서는 박사님이 개를 차로 치어버리는 곳까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로스씨에 관해서는 대부분이 나에게는 초문입니다.]
[10분만 기다리세요. 그 동안에 맥주를 다시 한잔 하시지
않겠습니까.]
미스 타리는 처음에는 사양했으나 박사의 권유에 따랐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그녀가 말했다.
[복사는 몇 부가 필요하신가요.]
[3부는 필요합니다. 1부는 내가 보관하고싶고 2부는 친구에게
의견을 듣기 위하여 발송할 예정입니다. 한 사람은 의학의
권위자이며 광견병처럼 동물에서 인간에게로 아니면 그 반대로
전염하여 더우기 정신이 돌아버려 자살행위를 시키는 드문
증세가 있을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해서 물어볼 생각입니다.
또 한 사람은 우수한 수학자입니다. 전공은
기호논리학입니다만 실제의 수학에도 조예가 깊고 상당히 어려운
문제도 지금까지 몇 가지 해결한 바가 있습니다.
그에게 이 일련의 사건의 관련성과 우연성에 대해서 확률을
내달라고 부탁할 생각입니다. 후에-그렇다고 오늘이 아닙니다만,
이 기록에 첨부하게 될 각자에게 보낼 편지를 구술해드릴
생각입니다.]
[박사님, 내 몫으로 한 부를 더 복사해두어도 될까요.]
[그야 물론, 좋습니다.]
그녀는 웃었다.
[잘 되었습니다. 어차피 복사를 하는 바에는 몰래 해도 되지만
허가를 받는 편이 떳떳하니깐요.]
박사는 소리내어 웃었다.
사실의 표면만을 긁어 버린, 수사라고는 할 수 없는 그의
수사가 보안관을 납득시킬 수는 없었던 후라서 미스 타리의
개방적인 마음과 호기심이 박사에게는 그대로 감동을 준 셈이다.
거기에다가 어차피 허가가 없어도 복사해 버리면 될 텐데
자진해서 그것을 밝히는 정직성이 마음에 들었다.
분명히 박사는 미스 타리를 좋아했다.
박사는 그녀의 발탁을 생각했을 정도였다. 매사츄세츠
공과대학의 그의 과는 다음 해부터 처음으로 상근 비서나
기록원을 고용할 수 있을 만큼의 예산을 편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만약 박사의 추천으로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적어도 그녀의 이 곳에서의 수입 정도는
지불할 수 있을 것이며 그녀에게 작은 시골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썩게 하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좀 더 기다렸다가 좀 더 확실해지고나서
그녀에게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서둘
것은 없다.
맥주를 마시고 나자 박사는 다시 서성거리며 구술을 시작했다.
일이 끝난 것은 네 시 반이었다.
의사에 털썩 주저앉으며 박사는 말한다.
[여기까지입니다. 미스 타리. 잠간 쉬었다가 차로 댁에까지
전송하겠습니다.]
[이것으로 끝입니까? 아니면 오늘은 여기까지입니까? 이런
사실에서 당신의 추리는 시작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생각을 다시했어요. 첫째로 자신에게도 자신의 추리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겠고 도저히 기록에 남겨둘 자신이 없습니다.
거기에다가 이 기록을 발송하는 목적으로 보아도 나의 결론을
첨가하는 것은 좋지 않지요. 아까 말한 두 사람의 친구,
의학자와 수학자에게 나의 결론에 좌우되지 말고 사실에만
의존한 그를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미스 타리,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황당무계한 것들 뿐이라-한
가지라도 자신이 믿을 만한 것이 못됩니다.]
[말씀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기록에 첨부할 편지의 구술에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테지요? 왜 오늘 함께 구술하지
않지요? 기록을 타이프로 쳐서 넘겨드릴 때 편지도 함께 드리면
그대로 발송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ㅇ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이 이상 구술을 계속할
힘이 없습니다. 그렇지-이 타이프가 되었을 때 가지러 가서 세
통의 편지는 거기서 구술하기로 하겠습니다. 어차피 간 것도
아니고 방금 구술한 것을 다시 읽고 손을 대는 동안 편지도
타이프할 수 있을 테지만 봉투의 주소도 타이프해주시면 시내에
간 길에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좋겠지요.]
[좋습니다.]
미스 타리는 재빨리 속기의 노트를 보고 기재된 페이지수를
세어본다.
[타이프로 하는데 만 이틀은 걸릴 것만 같습니다. 오늘은
화요일이니까 밤에도 일을 하면 목요일 점심시간까지는 완성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밤에도 일을 하나요.]
[평소에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거기에다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거기에다가 특별한
경우이기 때문에 이 속기의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박사님, 이런
일은 나도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그리고 무척 즐거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다가 나는 별로 돈에 고생하고 있는 편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이 지불하겠다고
한다면 오후의 모든 시간을 허비한 셈이 되어 버립니다. 나는
어차피 내 몫으로 사본을 1부 챙기기로 되어 있습니다만 당신은
새로 자신의 몫을 작성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구술을 해야
하니깐요.]
박사는 한숨을 길게 토해 버린다. 그녀가 진정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반대해서 허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수단은 보스턴으로 돌아가고나서 그녀가 거절하지
못하도록 무엇인가 선물을 발송하는 결과로 끝나게 될 것만
같다. 물론 그녀가 희망하고 박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비서직을 그녀에게 맡길 수가 있다면 그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그녀에게 보답을 하는 방법은 달라진다.
[좋습니다, 미스 타리. 그러나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이
사건에서는 나와 동반자입니다. 보다 여러 가지를 부탁할지도
모릅니다.]
[기꺼이 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인가요.]
[당분간은 시내의 소문을 귀담아 들어주십시오. 나도 시내에는
적어도 호프먼의 아들의 검시심문 이후, 하루에 한 번씩은
다니고 있으며 무엇인가 중대한 일이 일어나면 별로 늦지 않게
그 소문은 들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2-3일전의 그로스의 자살
때도 그랬으니깐요. 그러나 다른 사람의 죽음을 어쨌든 나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흥미있는 일이었을지도 모르시오.
별로 화려한 사건은 아니지만 이 나의-우리들의 조사에
합치되는 것이 말입니다. 당신도 나도 비슷할 정도로 내용은
알고 있는 셈이니까 무엇인가를 보고해야 한다는 당신의 판단도
나의 판단도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설사 무엇을 알았다고 가정해도
어떻게 연락하지요? 여기에는 전화도 없지요.]
[예, 없습니다. 전화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시내에 나갔을 때 내가 반드시 들리는 곳은
우편물을 가지러 가는 우체국이 있습니다. 전화해달라고
우체국장에게 전해놓으면 틀림없이 전화를 하겠습니다.
그런 이제 일단 결말은 난 셈이지요. 목요일 이른 오후에
댁으로 가겠습니다. 이제 휴식을 취했으니까 슬슬
떠나보실까요.]
그녀는 노트와 연필을 핸드백에 챙기고 함께 현관으로 나와
스테이션 왜건을 탄다. 박사가 엔진을 걸고 기어를 넣는다.
클러치를 밟으려고 했을 때 미스 타리가 말했다.
[참, 댁의 고양이에게 소개시켜 달라고 말하려다가 잊어
버렸어요..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만-.]
박사는 클러치 페달에 발을 얹은채 돌아보았다.
[고양이? 미스 타리, 나는 고양이같은 것은 기르지 않습니다.
집안에서 고양이를 보았나요.]
[나는 보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때는 분명히 보았다고
생각되는데.]
박사는 시프트 레버를 돌려놓고 발동을 껐다.
[길잃은 고양이가 어딘가에서 뛰어든 것인지도 모르지만. 잠시
기다려 주시면 보고 오겠습니다. 돌아갈 수 있게 내놓고
가는것이 좋을지 모르겠군. 어느 집에서 기르고 있는 고양이라면
말이지요.]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자 현관문을 닫는다. 재빨리
아래층을 살펴보고 다녔으나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가
출일할 수 있을 만큼 열려있는 창도 없다. 1-2인치씩 열려있는
창은 몇 개나 있었으나 새끼 고양이라면 몰라도 보통 고양이라면
통과할 수도 없고 거기에다가 작은 고양이라면 창틀까지뛰어오를
수도 없을 것이다. 지하실의 문은 닫혀있었으며 종일 닫혀진
그대로다.
이층에 올라가 보았다. 침대 맡이나 욕조의 그늘같은 곳은
고양이가 숨어있을 만한 곳까지 들여다 볼 수는 없었으나
고양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층에서 단 하나 열려있는
창은 그가 잠을 자는 침실의 창뿐이다.
열려있는 창으로 다가가서 창 옆에 뻗어있는 가지와의 거리를
측정한다. 창틀보다 상당한 높은 위치에 있다. 몸을 내밀어 그
가지를 당겨본다. 가지는 잘 굽는다. 새끼고양이의 무게라도 그
고양이는 가지에서 창으로 뛰어내릴 만큼 굽어서 가까와지기는
하겠지. 그러나 반대로 여기에서 뛰어오르지는 못할 것이다.
거기에다가 아래를 내려다 보니 창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는 것도
무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신한 초지라면 몰라도 창 아래는 단단하고 잔돌도 많이
깔려있는 지면이다. 그런 곳으로 이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고양이라도 죽거나 도망하지 못할 만큼의 큰 부상은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고양이가 집 안에 있다고 한다면 그 고양이가
죽고싶어 하는 고양이인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로스의 고양이도 죽고싶어 했으며 다른 동물도-
그는 창을 닫고 아래로 내려가 집을 나섰다. 지금 집 안에
고양이가 있다면 돌아왔을 때는 아직 있을 테니까 고양이의
걱정은 그 때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박사는 차로 돌아와서 후진시키고 방향을 바꾸었다.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스 타리, 분명히 보셨나요?
대체 어디쯤에서.]
[그 때는 분명히 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고. 당신이 구술을 하고 있을 때이며 어쩌면
문장이 끝난 대목에서 숨을 돌리고 있을 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눈을 들었을 때 시아에 들어왔습니다. 마음의 탓인지도
모르지만 고양이가 복도 모퉁이 계단 옆에서 얼굴만 내밀고
부엌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생각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입을 다문채
말도 걸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구술이 시작되고 다시 그
쪽을 보았을 때는 고양이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숨을 돌렸다.
[그러나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틀림없이 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순간 눈에 비쳤을 뿐이며 당신의 구술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나는 노트에만 시선을 주고 있었으니깐요. 그런
경우일수록 환상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박사는 자신의 기분보다는 말투를 부드럽게 했다.
[어쨌든 집에서 고양이가 발견되거든 알려 드리지요.]
얼마 동안 말없이 차를 달리고 있었으나 이윽고 미스 타리가
말했다.
[박사님, 정말 이것이 무슨 질병-인간에서 동물로, 또한 그
반대방향으로 옮겨가는 환자를 자살광으로 몰아넣는
전염병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한 말로 그런 질병은 들을 일이 없으니까 질병으로서도
각별히 진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별히 진귀한-그러나 드문 병이기 때문에 그만큼 잘
알려지는 셈이지요.만약에 그토록 유명해지고 있다면 우리들
중의 어느 편이 언젠가 어딘가에서 들었거나 읽고 있을 텐데요.]
[나도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미스 타리. 그럴
가능성-아니 믿을 수 없는 우연은 별개로 하고 달리 어떤 설명의
길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입니다, 박사님. 가다라의 돼지 이야기는 기억하십니까.]
[미스 타리, 정말 맥주를 하지 않겠습니까? 구술이라는 것은
무미건조한 일이지만 그것을 속기하는 것은 더 무미건조한 일일
테지요.]
박사가 말했다.
미스 타리는 약간 웃는 얼굴로 변했다. 박사도 이런 그녀는
처음이었다.
[꼭 마셔야 한다면 마시겠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비밀에
붙이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이런 좁은 고장에서는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담배도 피우지
못한답니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캔맥주를 집어내면서 박사는
말했다.
[비밀로 하겠습니다. 거기에다가 당신에게 담배도 권해보고
싶군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파이프 담배밖에 없어서......참
그렇지, 구술을 하면서 담배는 피워도 되지요.]
[물론입니다. 파이프 담배 냄새는 오히려 좋아하는 편입니다.
너무 좁은 곳에서는 곤란하지만. 거기에다가 이 부엌은 무척
넓군요.]
[걸어다니기에도 좋지요. 실제로 나는 이 부엌에서
살아가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낚시질이나 시내에 나가는 일
이외의 시간은 대개 여기서 보내고 있습니다.]
맥주 잔을 두 개 들고와서 하나는 미스 타리 앞에 놓고 또
하나는 맞은 편 자리에 놓는다. 박사도 자리에 앉는다.
[미스 타리, 그 연필은 아직 놓아두셔도 됩니다. 어차피
게으름뱅이니까 지금 당장에는 구술을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자아, 이제부터 필기를 시작하겠다는 자세보다도 이야기나 듣는
자세로 대해주십시오. 특히 나는 가끔 나의 학생들이 이야기의
종결을 짓는 것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을 정도니까.]
[학생? 그렇다면 당신도 교직이신가요.]
[예, 미스 타리.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매사츄세스
공대에서, 전문은 전자물리학입니다. 거기에다가 원자물리
쪽에서 말단의 일을 조금 하고 있습니다.]
미스 타리는 연필을 놓고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박사를 보았다.
[스탄턴! 그 랄프 S 스탄턴 박사이신가요? 물론 알고 있지요.
우주선 계획에는 언제나 참여하고 계시는.]
박사는 웃었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미스 타리. 당신이 이름만이라도
알아주신다고 생각하니 나쁘지가 않군요. 과학에 흥미가
있습니까?]
[물론이지요.그 누구라도 마찬가지일테지요? 하물며 달이나
다른 별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시대니깐요. 나는
오래 동안 공상과학 소설을 애독해 왔습니다.]
[당신이.]
[물론이지요. 이상하십니까.]
분명히 이상할 것은 없지만 박사는 말이 막혀 버렸다. 아무리
보아도 공상과학 소설의 독자답지 않다는 말은 입밖에 낼 수가
없었다. 지금의 [이상하십니까.] 의 반문은 단순한 말장난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박사는 말했다.
[또한 나도 기분전환으로 추리소설을 읽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 중에도 공상과학 소설을 읽고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나는 기분전환을 위해서 읽는 것은 가능하면 과학과
인연이 먼 것입니다.]
미스 타리가 말했다.
[그것은 알겠습니다만 지금부터 구술하시는 것은 과학에
관해서입니까, 아니면 단순한 편지입니까.]
[그 어느편도 아닙니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일대에서 어쩐지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말입니다. 그래서 잠시 조사해보았는데 지금까지 조사한 것을
잊어 버리면 곤란하니까 그전에 중간 조사 보고의 형식으로
기록해두고 싶은 거지요.
미스 타리는 눈을 크게 뜨고 박사를 보았다.
[그렇다면-그 자살로 인한.]
[그렇습니다. 당신도 호기심이 생겼다는 말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일대의 사람들은 보안관을 위시하여 모두가 매우
당연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사는 파이프에 담배를 담아 그 담배를 밀어넣기 시작했다.
[나도 입회했습니다. 만났다는 기억은 없습니다만 가너씨가
돌아가기 전에 만나려고 그 사람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았으니
만나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가너씨는 만나지 못했지만 대신
보안관과는 이야기를 했지요.]
[그래서 무엇인가 이것과 관계되는 일이라도 알아내셨습니까?
대답해주시지 않아도 좋습니다. 토미의 자살에 관계되는 일은
어차피 구술하시는 것을 들으면 알게 될 테니깐요. 같은 것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박사는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나서 대답했다.
[그야, 그렇습니다, 미스 타리. 그러나 당신도 역시 이 사건에
흥미를 가졌다면 먼저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듣기로 합시다.
내가 아직 모르는 것으로 무엇인가 여기에 관계되는 것을
아신다면 구술하기 전에 들어두면 이편에서 알고 있는 것에
추가할 수가 있으니깐요. 그런데 토미 호프먼의 일로서
검시심문에서 나타나지 않는 일이 있습니까.]
[이렇다 할 것은 없습니다만 토미의 일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샤로테도 마찬가지이고요. 그 두 사람에게는
1학년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작년부터는 나의 영국문학 학급에도
나오고 있었으니까.
거기에다가 내가 알고 있는 한 토미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영리하다고는 할
수 없었으며 공부를 많이 하는 아이도 아니였습니다만 정상이며
보통의 단순한 아이였습니다. 심리적으로도 완전히
건강했습니다. 토미의 출산 때부터 계속 돌보고 있던 그룹
의사와도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토미의 몸도 완전히 건강했다고
말했습니다. 홍역이나 백일해는 수년전에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질병이라면 그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의사가 얼마 동안은 진찰을 하지 않았던 말이
되는군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봄에 토미는 학교에서 야구 때문에 부상을 당했지요. 아니지요.
머리 부상이 아닙니다. 늑골에 금이 간 것입니다. 그룹의사가
치료를 했습니다. 거기에다가 우리 고등학교에서는 엄격한
규칙이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만 운동경기에서 부상한
학생은 철저한 건강진단을 받지 않으면 팀에 복귀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주에 만났던 의사의 말로는 바로 두 달전에
토미를 진찰했을 때는 그 어디에도 이상이 없고 완전히
건강했다는 것입니다.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육체에서 온다고
하잖습니까. 머리에도 이상이 없었다는 것은 보증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이는 정신이상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박사는 거침없이 말한다.
[거기에다가 성적인 억압에 고민했다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샤로테 가너에 대해서는 어떤 것을 알고 있습니까.]
[좋은 아이입니다-정말로. 박사님, 나는 이 나이로 교사같은
것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딱딱하고 변태적인 위인은
아닙니다. 그 아이는 영리했습니다. 토미보다 훨씬
영리했습니다. 자신이 훨씬 영리하다는 것을 토미에게 깨닫지
못하게 할 만큼 영리했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인가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 들쥐의 이야기도 그 아이가
그렇게 말한 이상 말 그대로이며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거기에다가 심문전에 검시관도 보안관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말했는데도 심문에서 자진해서 이야기하다니 그 용기에는
탐복했습니다. 들쥐의 이야기가 필요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토미가 자살한 것이 괴기한 사건에
관계가 있다면 어떤 괴기한 일이라도 생략할 수는 없잖아요.]
[그 점은 동감입니다. 그밖에도 뭔가 말씀해주실 일은
없습니까? 물론 검시심문에서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공교롭게도 그렇게 된 거지요. 거기에다가 그로스씨의 자살은
거의 아무 것도 모릅니다. 두 개의 자살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이 두 가지는 시기와 장소가 우연히도 매우 가까왔다는
것뿐입니다. 글쎄 여기에서 몇 해 동안이나 월콕스에서
이쪽으로는 자살사건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자살에는 관계라는 것이 전혀 감안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다가 토미는 그로스를 알고 있었을 테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서로 터놓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였으니까.]
박사는 웃으며 다시 파이프에다 담배를 밀어넣고 다시 불을
붙였다.
[미스 타리, 그 자살이 여섯 건이나 있었다면 어떻게
생각하지요? 인간이 둘, 동물이 네 마리.
처음이 토미에게 달려들었다가 일부러 토미에게 피살된듯한
들쥐입니다. 분명히 자살한듯이 보이는 이 쥐와 개-호프먼의
개와 토미 호프먼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거기에다 이것도 분명히 자살이라고 생각되는 올빼미와
고양이-그로스의 고양이와 지그프리드 그로스의 자살과의
관계는?
그로스의 냉장고에서 그 날 밤, 수프 스톡 1쿼터와 그래이비가
없어졌다는 사소한 것-정말 사소한 일일까요?-어쨌든 그런
수수께끼는 별도로 하더라도 말입니다.]
미스 타리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왜
창백해졌을까? 박사는 그것을 보고 설마 불안에서가 아닐 테지,
흥분했을 뿐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미스 타리는 조용히 말했다.
[박사님. 만약에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나의 호기심이
폭발하기 전에 구술을 시작하시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그녀는 연필을 들고 속기 노트를 펼쳤다.
박사는 다시 파이프에 붙을 붙이고 걸어다니면서 구술을
시작한다. 물론 물흐르듯 줄줄 나오는 것은 아니였다.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냉엄한 사실에 과장이나
수식을 붙치지 않게 쓰고 싶었기 때문에 문장 사이에 몇 분
동안의 구멍이 생기는 일이 여러번 있었다.
최초의 3건의 죽음과 그린 베이의 연구소로부터의 광견병
검사가 조짐이 없었다는 보고까지 구술을 마치자 거의 한 시간
반이 걸려 세 시가 지난 시각이 되어 버렸다.
박사는 미스 타리와 마주 앉아 피이프의 재를 때리며 떨었다.
걸어다니면서 구술하는 동안 두 번이나 담배를 넣고 적어도 스무
번은 불을 다시 켜댔다.
[그로스 사건에 접어들기 전에 한참 동안 쉬는 것이 좋겠어.
나도 충분히 2마일 거리를 걸은 셈이며 당신도 손이 아플 테니.]
미스 타리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괜찮습니다만 박사님은 쉬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제부터
나에게는 금시 초문으로 들어가는 대목으로 들어갑니다. 토미에
관해서는 박사님이 개를 차로 치어버리는 곳까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로스씨에 관해서는 대부분이 나에게는 초문입니다.]
[10분만 기다리세요. 그 동안에 맥주를 다시 한잔 하시지
않겠습니까.]
미스 타리는 처음에는 사양했으나 박사의 권유에 따랐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그녀가 말했다.
[복사는 몇 부가 필요하신가요.]
[3부는 필요합니다. 1부는 내가 보관하고싶고 2부는 친구에게
의견을 듣기 위하여 발송할 예정입니다. 한 사람은 의학의
권위자이며 광견병처럼 동물에서 인간에게로 아니면 그 반대로
전염하여 더우기 정신이 돌아버려 자살행위를 시키는 드문
증세가 있을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해서 물어볼 생각입니다.
또 한 사람은 우수한 수학자입니다. 전공은
기호논리학입니다만 실제의 수학에도 조예가 깊고 상당히 어려운
문제도 지금까지 몇 가지 해결한 바가 있습니다.
그에게 이 일련의 사건의 관련성과 우연성에 대해서 확률을
내달라고 부탁할 생각입니다. 후에-그렇다고 오늘이 아닙니다만,
이 기록에 첨부하게 될 각자에게 보낼 편지를 구술해드릴
생각입니다.]
[박사님, 내 몫으로 한 부를 더 복사해두어도 될까요.]
[그야 물론, 좋습니다.]
그녀는 웃었다.
[잘 되었습니다. 어차피 복사를 하는 바에는 몰래 해도 되지만
허가를 받는 편이 떳떳하니깐요.]
박사는 소리내어 웃었다.
사실의 표면만을 긁어 버린, 수사라고는 할 수 없는 그의
수사가 보안관을 납득시킬 수는 없었던 후라서 미스 타리의
개방적인 마음과 호기심이 박사에게는 그대로 감동을 준 셈이다.
거기에다가 어차피 허가가 없어도 복사해 버리면 될 텐데
자진해서 그것을 밝히는 정직성이 마음에 들었다.
분명히 박사는 미스 타리를 좋아했다.
박사는 그녀의 발탁을 생각했을 정도였다. 매사츄세츠
공과대학의 그의 과는 다음 해부터 처음으로 상근 비서나
기록원을 고용할 수 있을 만큼의 예산을 편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만약 박사의 추천으로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적어도 그녀의 이 곳에서의 수입 정도는
지불할 수 있을 것이며 그녀에게 작은 시골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썩게 하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좀 더 기다렸다가 좀 더 확실해지고나서
그녀에게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서둘
것은 없다.
맥주를 마시고 나자 박사는 다시 서성거리며 구술을 시작했다.
일이 끝난 것은 네 시 반이었다.
의사에 털썩 주저앉으며 박사는 말한다.
[여기까지입니다. 미스 타리. 잠간 쉬었다가 차로 댁에까지
전송하겠습니다.]
[이것으로 끝입니까? 아니면 오늘은 여기까지입니까? 이런
사실에서 당신의 추리는 시작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생각을 다시했어요. 첫째로 자신에게도 자신의 추리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겠고 도저히 기록에 남겨둘 자신이 없습니다.
거기에다가 이 기록을 발송하는 목적으로 보아도 나의 결론을
첨가하는 것은 좋지 않지요. 아까 말한 두 사람의 친구,
의학자와 수학자에게 나의 결론에 좌우되지 말고 사실에만
의존한 그를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미스 타리,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황당무계한 것들 뿐이라-한
가지라도 자신이 믿을 만한 것이 못됩니다.]
[말씀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기록에 첨부할 편지의 구술에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테지요? 왜 오늘 함께 구술하지
않지요? 기록을 타이프로 쳐서 넘겨드릴 때 편지도 함께 드리면
그대로 발송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ㅇ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이 이상 구술을 계속할
힘이 없습니다. 그렇지-이 타이프가 되었을 때 가지러 가서 세
통의 편지는 거기서 구술하기로 하겠습니다. 어차피 간 것도
아니고 방금 구술한 것을 다시 읽고 손을 대는 동안 편지도
타이프할 수 있을 테지만 봉투의 주소도 타이프해주시면 시내에
간 길에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좋겠지요.]
[좋습니다.]
미스 타리는 재빨리 속기의 노트를 보고 기재된 페이지수를
세어본다.
[타이프로 하는데 만 이틀은 걸릴 것만 같습니다. 오늘은
화요일이니까 밤에도 일을 하면 목요일 점심시간까지는 완성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밤에도 일을 하나요.]
[평소에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거기에다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거기에다가 특별한
경우이기 때문에 이 속기의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박사님, 이런
일은 나도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그리고 무척 즐거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다가 나는 별로 돈에 고생하고 있는 편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이 지불하겠다고
한다면 오후의 모든 시간을 허비한 셈이 되어 버립니다. 나는
어차피 내 몫으로 사본을 1부 챙기기로 되어 있습니다만 당신은
새로 자신의 몫을 작성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구술을 해야
하니깐요.]
박사는 한숨을 길게 토해 버린다. 그녀가 진정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반대해서 허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수단은 보스턴으로 돌아가고나서 그녀가 거절하지
못하도록 무엇인가 선물을 발송하는 결과로 끝나게 될 것만
같다. 물론 그녀가 희망하고 박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비서직을 그녀에게 맡길 수가 있다면 그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그녀에게 보답을 하는 방법은 달라진다.
[좋습니다, 미스 타리. 그러나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이
사건에서는 나와 동반자입니다. 보다 여러 가지를 부탁할지도
모릅니다.]
[기꺼이 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인가요.]
[당분간은 시내의 소문을 귀담아 들어주십시오. 나도 시내에는
적어도 호프먼의 아들의 검시심문 이후, 하루에 한 번씩은
다니고 있으며 무엇인가 중대한 일이 일어나면 별로 늦지 않게
그 소문은 들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2-3일전의 그로스의 자살
때도 그랬으니깐요. 그러나 다른 사람의 죽음을 어쨌든 나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흥미있는 일이었을지도 모르시오.
별로 화려한 사건은 아니지만 이 나의-우리들의 조사에
합치되는 것이 말입니다. 당신도 나도 비슷할 정도로 내용은
알고 있는 셈이니까 무엇인가를 보고해야 한다는 당신의 판단도
나의 판단도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설사 무엇을 알았다고 가정해도
어떻게 연락하지요? 여기에는 전화도 없지요.]
[예, 없습니다. 전화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시내에 나갔을 때 내가 반드시 들리는 곳은
우편물을 가지러 가는 우체국이 있습니다. 전화해달라고
우체국장에게 전해놓으면 틀림없이 전화를 하겠습니다.
그런 이제 일단 결말은 난 셈이지요. 목요일 이른 오후에
댁으로 가겠습니다. 이제 휴식을 취했으니까 슬슬
떠나보실까요.]
그녀는 노트와 연필을 핸드백에 챙기고 함께 현관으로 나와
스테이션 왜건을 탄다. 박사가 엔진을 걸고 기어를 넣는다.
클러치를 밟으려고 했을 때 미스 타리가 말했다.
[참, 댁의 고양이에게 소개시켜 달라고 말하려다가 잊어
버렸어요..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만-.]
박사는 클러치 페달에 발을 얹은채 돌아보았다.
[고양이? 미스 타리, 나는 고양이같은 것은 기르지 않습니다.
집안에서 고양이를 보았나요.]
[나는 보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때는 분명히 보았다고
생각되는데.]
박사는 시프트 레버를 돌려놓고 발동을 껐다.
[길잃은 고양이가 어딘가에서 뛰어든 것인지도 모르지만. 잠시
기다려 주시면 보고 오겠습니다. 돌아갈 수 있게 내놓고
가는것이 좋을지 모르겠군. 어느 집에서 기르고 있는 고양이라면
말이지요.]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자 현관문을 닫는다. 재빨리
아래층을 살펴보고 다녔으나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가
출일할 수 있을 만큼 열려있는 창도 없다. 1-2인치씩 열려있는
창은 몇 개나 있었으나 새끼 고양이라면 몰라도 보통 고양이라면
통과할 수도 없고 거기에다가 작은 고양이라면 창틀까지뛰어오를
수도 없을 것이다. 지하실의 문은 닫혀있었으며 종일 닫혀진
그대로다.
이층에 올라가 보았다. 침대 맡이나 욕조의 그늘같은 곳은
고양이가 숨어있을 만한 곳까지 들여다 볼 수는 없었으나
고양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층에서 단 하나 열려있는
창은 그가 잠을 자는 침실의 창뿐이다.
열려있는 창으로 다가가서 창 옆에 뻗어있는 가지와의 거리를
측정한다. 창틀보다 상당한 높은 위치에 있다. 몸을 내밀어 그
가지를 당겨본다. 가지는 잘 굽는다. 새끼고양이의 무게라도 그
고양이는 가지에서 창으로 뛰어내릴 만큼 굽어서 가까와지기는
하겠지. 그러나 반대로 여기에서 뛰어오르지는 못할 것이다.
거기에다가 아래를 내려다 보니 창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는 것도
무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신한 초지라면 몰라도 창 아래는 단단하고 잔돌도 많이
깔려있는 지면이다. 그런 곳으로 이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고양이라도 죽거나 도망하지 못할 만큼의 큰 부상은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고양이가 집 안에 있다고 한다면 그 고양이가
죽고싶어 하는 고양이인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로스의 고양이도 죽고싶어 했으며 다른 동물도-
그는 창을 닫고 아래로 내려가 집을 나섰다. 지금 집 안에
고양이가 있다면 돌아왔을 때는 아직 있을 테니까 고양이의
걱정은 그 때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박사는 차로 돌아와서 후진시키고 방향을 바꾸었다.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스 타리, 분명히 보셨나요?
대체 어디쯤에서.]
[그 때는 분명히 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고. 당신이 구술을 하고 있을 때이며 어쩌면
문장이 끝난 대목에서 숨을 돌리고 있을 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눈을 들었을 때 시아에 들어왔습니다. 마음의 탓인지도
모르지만 고양이가 복도 모퉁이 계단 옆에서 얼굴만 내밀고
부엌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생각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입을 다문채
말도 걸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구술이 시작되고 다시 그
쪽을 보았을 때는 고양이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숨을 돌렸다.
[그러나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틀림없이 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순간 눈에 비쳤을 뿐이며 당신의 구술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나는 노트에만 시선을 주고 있었으니깐요. 그런
경우일수록 환상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박사는 자신의 기분보다는 말투를 부드럽게 했다.
[어쨌든 집에서 고양이가 발견되거든 알려 드리지요.]
얼마 동안 말없이 차를 달리고 있었으나 이윽고 미스 타리가
말했다.
[박사님, 정말 이것이 무슨 질병-인간에서 동물로, 또한 그
반대방향으로 옮겨가는 환자를 자살광으로 몰아넣는
전염병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한 말로 그런 질병은 들을 일이 없으니까 질병으로서도
각별히 진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별히 진귀한-그러나 드문 병이기 때문에 그만큼 잘
알려지는 셈이지요.만약에 그토록 유명해지고 있다면 우리들
중의 어느 편이 언젠가 어딘가에서 들었거나 읽고 있을 텐데요.]
[나도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미스 타리. 그럴
가능성-아니 믿을 수 없는 우연은 별개로 하고 달리 어떤 설명의
길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입니다, 박사님. 가다라의 돼지 이야기는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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