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죽음이 모이는 농가

조회수 12 15세 이상 이용가 등록 2026.08.18
9화. 죽음이 모이는 농가


스탄턴 박사는 천천히 눈을 뜨고 몸을 뒤척거린 다음 팔을
들어 팔목시계를 보았다. 열 시가 지난 시각이었으나 어제 밤
잠자리에 든 것이 상당히 늦었으므로 별로 놀라지 않았다. 전날
오후는 개의 일로 그린 베이의 연구소에 전화할 적당한 시각을
감안해서 늦게 버틀스빌의 시가지에 나갔었다. 연구소에
전화하여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알만한 사실을 듣게 되었던
것이다.
버크는 광견병이 아니었다. 거기에다가 사인이 된 상처 이외는
해부에서 알 수 있는듯한 장기의 고장은 없었던 것이다. 차 앞에
뛰어든 개는 분명한 신체의 고장이 있었다는 설명은 불가능하다.
박사는 탄식을 하고 윌콕스에 보안관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보안관은 관심을 가졌을 것이며 적어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안관은 전화를 받지 않았으며
어디에 가 있는지 사무실에서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박사는 시가지에 있는 두 레스토랑 중에서 나은 편의 가게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하여 다시 보안관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이번에는 먼저 사무실에, 다음에는 자택으로 걸어보았다.
사무실은 전화에 호응하지 않았으며 자택에서도 만족할만한 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박사는 바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안방에서 시작된 포커에
끼어들었다. 그가 언제나 일용품을 구입하고 있는 이 고장의
식료품상 한스 와이스가 박사를 불러 동료들에게 소개한 것이다.
한스까지 합하여 네 사람밖에 모여있지 않아서 게임을
시작하기에는 또 하나의 동료가 필요했던 것이다.
포커에 거는 돈은 흥을 돋구는 정도이며 10센트 단위로 20센트
한도라는 게임이었다. 박사는 최초의 30분은 한 번도 따지
못하고 12달러를 잃고 말았으나 거기에서 사태가 호전되어 운이
따르기 시작했다. 8시경과 9시경에 두 번에 걸쳐 그는
보안관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
다음에는 문득 시계를 보니 밤중 가까이나 된 시간이라 오늘 밤
전화하기에는 너무 늦다는 생각을 했다. 그 무렵에는 게임의
동료는 7명으로 늘어났고 박사가 제일 많이 땄다. 70달러
정도였으나 누군가가 게임을 그만하자고 말해줄때까지는
그로서는 그만둘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한 시 반까지는 그
누구도 그만하자는 말을 하지 않아, 집에 돌아온 것이 두
시경이며 딴 돈도 40여달러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이 게임으로 모두가 친숙해지자 박사는 또 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박사로서도 이 사람들로부터 딴 돈을 그들에게 돌려줄
기회를 부여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그 사람들 중에서는 새로온
사람이니까 그 정도의 일은 해주어야 할 것만 같다.
지금-그 다음 날인 화요일 아침 박사는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점심전에 버톨스빌에 가서 보안관에게 전화를 해도 좋다. 만약
보안관에게 시간이 있다면 차로 윌콕스로 만나러 가겠다는
약속을 해둘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보안관이
버틀스빌에 오지 못하는 경우이며 보안관이 오겠다면 점심을
같이해도 좋을 것이다.
아침은 커피만으로 마치고 박사는 열 한 시 반까지 시가지로
나가 드럭스토어에서 보안관에게 전화했다. 이번에는 연락이
되었다.
[보안관, 스탄턴 박사입니다. 잠시 시간을 내주시면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만. 이쪽으로 오실 일은 없습니까? 아니면
윌콕스에 차로 가서 당신의 사무실을 찾아갈까요.]
[박사, 지금 출발하려는 참입니다. 버톨스빌로 갑니다.]
[잘 되었군요. 그럼 함께 점심을 하는 것이 어떨까요.]
[글쎄요, 좋습니다. 얻어마시기로 하지요. 어느 가게에서.]
[전에 만났던 술집에서 만나지요. 한잔하는 것도 좋잖아요.
어차피 그 후에 식사를 할바에는-.]
보안관은 승낙하고 30분 이내에 오겠노라고 했다.
박사는 벽에 걸린 전화에서 두세 가지 장을 보기 위해 가게의
카운터쪽으로 갔다. 주인은 어제 밤의 포커 동료이며 서로
친구처럼 인사를 나눈다.
[보안관과 전화하는 것이 들렸습니다. 선생님.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요.]
드럭스토어의 주인이 말했다.
[아닙니다. 잠시 알려줄 것이 있어서.]
[설마 우리의 포커에 관해서는 아니겠지요. 참 그렇지. 선생은
버스콤비 도로쪽에 살고 계신다고 했지요.]
박사는 끄덕였다.
[어째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그러나 분명히 거기에 삽니다.
막다른 집에서요. 그런데 왜요.]
[어제 밤 댁으로 가는 도중의 집에서 또 자살이 있었습니다.
벌써 들으셨나요.]
박사는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아니 듣지 못했습니다. 방금 시가지에 나왔고 최초로 여기에
들렸습니다. 자살한 것은 누구지요.]
[지그프리드 그로스라는 노인입니다. 그 누구와도 성격이 맞지
않았으며 그 이상으로 모두가 그 영감과 비위를 맞추려고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 영감은 시내에서 5마일 정도 떨어진 집에서
살고 있었지요. 댁에서는 3마일의 거리지요.]
박사는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았으나 밝혀진 것은 두 가지
뿐이었다. 그로스가 전날 밤 자정쯤 산탄총으로 자살했다는 것과
관절염의 통증 때문에 자살한다는 유서가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
박사는 드럭스토어의 장거리를 차로 옮기고 생각에 잠기면서
천천히 바로 들어갔다. 바텐더인 마이크는 나를 두 사람의
손님과 그로스의 자살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나 박사가
드러그스토어의 주인으로부터 들은 것 이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보안관이 올 때까지 맥주를 조금씩 마시고 있다가 보안관이
오자 남은 것을 단숨에 마시고 검시검문 때 같이 왔던 박스의
자리로 옮겨갔다.
보안관은 힘없이 말했다.
[오늘은 맥주는 그만두겠어. 마이크, 나는 생짜로 해야겠어.
더블의 버본이야. 물은 따로 주게.]
박사가 자신의 맥주 추가를 말하자 마이크는 바로 돌아간다.
보안관은 하품을 했다.
[지그프리드 그로스에 관해서는 들으셨지요. 밤중에 거기까지
가야했기 때문에 잠을 자지 못했어요. 빌어먹을, 지쳐
버렸다구요. 거기에다가 점심이 끝나면 다시 곧 가야해요.]
[같이 가면 안 될까요.]
박사가 물었다.
[내키면 같이 가시지요. 그런데 박사,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은
그로스에 관한 것인가요.]
[아니, 그 이야기는 당신에게 전화했을 때는 아직 몰랐습니다.
호프먼의 개 말입니다. 광견병이 아니였답니다.]
보안관은 짙은 눈썹을 쳐들었다.
[그렇다면 조사를 해보셨군요? 어째서 그런 번거로운 짓을?
아무도 물린 사람은 없는데. 아니면 누군가가 물렸나요.]
[아닙니다. 물린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그 개가 차를
무서워했다는 말을 들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왜 내
차앞을 무작정 달려왔는지-광견병이라면 설명이 가능하거든요.]
[선생님, 농담은 작작하시지요. 개라는 놈은 날마다
어딘가에서 차에 치어죽고 있단 말입니다. 아마도 대로를
횡단하는 토끼라도 쫓다가 코를 지면에 박고 다른 주의사항을
잊었을 겁니다. 개가 갈려죽었다고 해서 최고법원까지 상소하는
대소동은 없습니다.]
[그야 그럴 테지만- 그런데 보안관, 그로스의 자살사건에서
무엇인가 이상한 점은 없습니까.]
[현장이 엉망이었지요. 산탄총의 총구를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겼으니 뇌조직이 사방으로 튀겨나가서 말입니다. 이쪽
장의사가 그 부엌을 청소하는데 한 시간 이상이나 걸렸으니까요.
정말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었지요.]
[검시심문은.]
[자필의 유서가 있는 이상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납세자들의
세금을 헛되게 쓰는 꼴이 될 테니까. 한 잔 더하고 식사를 하는
게 어떨까요.]
이 자살에 관련하여 무엇이라도 좋으니 이상한 데가 없는가를
박사가 물은 것은 디저트와 커피가 나온 후의 일이었다.
[이상한 일이라면 같은 날 밤에 한 두 가지 기이한 일이
있었으나 자살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밤중에 올빼미가 창문을
부수고 유리를 깨면서 뛰어들었는데-날개가 부러진 상태라
그로스는 하는 수 없이 사살해버렸고 하더군요.]
보안관이 말했다.
[같은 산탄총으로.]
[천만에. 거기에는 22구경 라이플을 사용했다는군요. 자살하기
세 시간쯤 전의 일이었으나 그 후 잠을 잘 수가 없어 통증을
참으면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끝내는 방금 올빼미에게 했듯이
자신의 비참한 생명에 결말을 내려고 부엌으로 내려가서 끔찍한
짓을 감행했을 테지요.]
박사는 이마를 찌프렸다.
[그로스는 그 올빼미에게 손이나 다른 부위를 댔을까요.]
[살이 닿았다고 해도 죽고나서입니다. 사살하고나서 그로스는
그것을 깨진 유리문으로 집어던지고 날이 밝으면 묻어주자고
부인에게 말했다는군요.]
보안관은 커피를 마시려던 손을 멈추었다.
[옆집에 사는 르루사가 그 놈을 묻었습니다만. 그리고
고양이도 그렇지요. 어젯밤 그로스 집의 고양이가 르루사의
창고에 들어와서 사나운 개에게 피살되었지요.]
스탄턴 박사는 깊이 숨을 빨아들였다. 살며시 입을 벌린다.
보안관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말한다.
[올빼미와 새끼 고양이는 바다로 갔다. 예쁜 연초록의 보트를
타고.]
[예.]
[에드워드 리어라는 시인의 하찮은 시의 한귀절이지요.
보안관, 지금까지 올빼미가 유리창으로 뛰어들었다는 이야기,
들은 적이 있습니까.]
[올빼미의 이야기는 모르지만 참새라면 언제나 유리창에
부딪칩니다. 우리 집의 창에도 참새가 부딪쳐-그렇지,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잠시 눈을 돌려 버리지만 한 번은 목을 꺾고 만
놈도 있었지요. 그런데- 이제 출발할까요. 이편의 차에
타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대로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차로 별도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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